[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상식을 벗어난 상황들이 잇따라 벌어졌다. 위믹스 상장폐지부터 한전채 법안이 국회 부결된 사례 등이다. 이들은 상폐와 부결, 결과를 떠나서 비상식적인 절차적 문제를 드러냈다.
닥사 회원 거래소에서 퇴출된 위믹스가 국내 다른 거래소에 상장돼 부활했다. 투자자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상황은 묘하다. 애초 닥사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대변하는 단체처럼 위메이드 위믹스에 철퇴를 가했다. 하지만 또다른 거래소에 상장돼 닥사가 전체를 대변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코스피에서 상폐된 종목이 코스닥에 재상장될 순 없다. 그만큼 현재의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 구조가 사상누각이란 의미다.
닥사는 지난 6월 출범했다. 업비트, 고팍스, 빗썸, 코인원, 코빗이 뭉쳐 공동협의체를 만들었다. 이들은 가상자산 사업자 공동 자율 개선방안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지만 실상은 여느 이익단체 협회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닥사 의장은 이석우 업비트 대표가 맡았다. 닥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는 외부에 밝힌 뚜렷한 가이드나 기준이 없고 절차 투명성을 증명할 위원회 등 제3자 견제기능도 없다.
이런 닥사가 시장을 대변하는 기구처럼 위믹스를 상폐했지만 결국 협회 소속 회원사들이 합의했을 뿐이다. 이는 담합 논란을 낳았다. 상폐를 개별 거래소가 각자 결정했다면 중앙 감독기관이 없는 상황을 고려해 납득됐을 수 있다. 하지만 닥사 회원사가 동시 상폐를 합작하면서 담합 여지를 키웠다. 일례로 시장 영향력이 큰 소수 완제품 회사가 합의해 특정 부품사를 배제한다면 담합이 될 수 있다. 민간 거래소가 이처럼 과점구도로 상폐를 좌우할 수 있다면 주가가 폭락한 위메이드 사례처럼 공매도와 연계할 범죄 유혹도 생긴다. 닥사가 이익단체 취급받지 않으려면 이런 의심을 사지 않는 구조부터 만들어야 한다.
위믹스는 54만명 넘는 투자자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본시장법상 상장사들도 연결돼 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상폐결정한 닥사와 상장을 받아들인 거래소간 선이 그였다. 이는 닥사가 전체 거래소를 대변하는 협의체로 성장할 수 없는 한계를 보여준다. 닥사가 독과점 지위를 얻기 위해 협의하는 이익단체 성격을 지울 수 없다는 얘기다.
최근 한국전력 공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법안이 야당 반대로 국회를 통과 못한 사례도 비상식적이다. 법안은 상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했으나 본회의서 뒤집혔다. 상임위 소속 의원은 전문성을 고려해 당이 선정한다. 당이 스스로 내세운 전문가를 못 믿는 셈이다.
진공청소기 같은 한전채가 시장에 넘치면 회사채 흥행 부진을 겪는 민간 기업들이 힘들어질 수 있다. 한전은 사채 발행이 유리하겠지만 장기어음 등 다른 조달 수단도 없지는 않다. 야당이 이런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면 그나마 수긍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야당은 사채 돌려막기가 미봉책이라며 전기요금을 발전원가대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게 순리적인 것처럼 보여도 어폐가 있다. 전력구매시장은 구매자가 독점이며 판매자도 크게 경쟁하지 않는다. 원가대로 올리려면 시장에 경쟁부터 도입해야 한다. 전력시장은 소비자 물가부담을 고려해 요금 인상을 자제한다. 닥사도 시장논리만 지배하는 이익단체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위믹스 사례 같은 투자자를 배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