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쇼크'에 코인시장 살얼음판…'김치코인' 줄도산 올 수도
상폐 불똥 튈라...업계 부랴부랴 유통량 공시 강화 나서
"이참에 불량코인 걸러내야" vs "공시 기준 마련부터"
2023-12-12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토종 메이저 코인으로 불렸던 위믹스가 최악의 상장 폐지를 맞자 국내 가상자산(김치코인)들도 바짝 긴장하며 숨을 죽이고 있다. 대다수 코인들이 위믹스의 주된 퇴출 사유인 '유통량 미공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 다수가 유통량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관리·운영이 투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시장에서 유통량은 코인 가격을 결정짓는 요소다. 유통량이 늘어나면 코인 공급량도 늘어나 자연스레 가격이 떨어진다. 발행사가 예고 없이 유통량을 늘리면 기존 예상 유통량을 바탕으로 코인을 사들인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몰리는 것이다. 이번 위믹스 상폐 사태도 명확한 공시 없이 유통량을 증가시켰다는 점이 지적됐다.
유통량 위반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 1위인 업비트에서 유통량 위반 사유로 상장 폐지됐던 김치코인은 ▲코스모코인 ▲피카 ▲픽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공통으로 공시 없이 가상자산을 새로 발행하거나 락업을 한 번에 풀면서 상장 폐지됐다. 업비트는 당시 이들이 기존에 보고한 유통량과 큰 차이가 나는 물량을 유통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하고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이처럼 처음 일어난 사례가 아니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본 업계의 분위기는 흉흉하다. 특히 위믹스 상폐 사태를 계기로 향후 유통량 공시 강화에 힘쓰겠다는 김치코인 프로젝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점도 업계의 분위기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우선 위믹스와 같이 국내 게임사에서 발행한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유통량 관리에 더욱 신경 쓰겠다는 입장이다. 넷마블이 발행한 마브렉스는 코인마켓캡에 실시간 유통량을 연동 중이며, 가상자산 공시업체 쟁글에 분기별 유통 계획을 공시했다. 컴투스가 발행한 엑스플라도 현재 코인마켓캡과 실시간 유통량 연동을 진행 중이며, 엑스플라 분기별 유통계획도 매 분기 보고서로 공개하고 있다.
이외에 다른 김치코인 프로젝트도 사태 이후 유통량 공시 강화에 나섰다. 페이코인은 지난 8일 이용자 보호센터 내 '보유지갑 현황'을 통해 프로젝트가 보유한 지갑의 주소와 잔량뿐 아니라 사용 용도까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휴먼스케이프 역시 지난 9일 "코인마켓캡에 표기된 유통량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공시된 유통량에는 어떠한 변동사항도 없고, 정확한 유통량은 업비트 및 쟁글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위믹스 사태를 계기로 투명성이 의심되는 김치코인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투명성이 문제되는 코인들은 늘 존재했다"며 "이번 기회에 거래소에서 김치코인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해서 결함이 있는 코인들은 걸러낼 수 있는 계기가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가상자산 업계 안팎에서는 거래소가 상장·상장 폐지 기준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시장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테라·루나 사태 이후 자율 규제와 투자자 보호를 앞세워 닥사가 출범했으나, 거래소의 '깜깜이 상장'과 명확한 기준 없는 상장 폐지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닥사는 거래지원 관련 공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유의 종목 지정의 경우 공동대응할 만한 사안으로 판단되면 회원사 간 논의를 한다는 원칙이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는게 현실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융위원회와 닥사에 확인한 결과 닥사의 거래지원 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은 금융당국에도 공식적으로 공유되지 않았고, 내부 정보 사전 유출에 대한 절차 규정도 없었다.
양 의원은 "거래소 간 공동대응의 기준이 밀실에서 만들어지는 가이드라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고, 만약 협의체 중 일부 의견이 강하게 반영돼 주관적·자의적 결정이 이뤄지더라도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견제 장치가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통일된 유통량 공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쟁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위믹스 같은 사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유통량의 명확한 기준과 공시 관련 가이드라인, 실시간 유통량 감시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메이드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훼손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유통량 등 용어에 대한 혼란을 멈추려면 개념 정도는 확실하게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상장 기준은 영업 비밀이라고 해도, 상장 폐지와 유의 종목 지정 등은 기준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악용 우려가 있다고 하지만 발행사들 입장에선 기준이 공개돼야 그에 맞춰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