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원장, 내년 경제 '암울' 전망…저출산·고령화 심각

12일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기자간담회…내후년부터 정상화 국면 예상 "법인세 인하시 투자 효과…감면 혜택 부자에 집중되지 않아"

2023-12-12     신대성 기자
조동철
[매일일보 신대성 기자] 오는 2023년도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금융시장은 내년 하반기에 안정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장기적으로 대중 수출 수요가 회복되지 못하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는 진단이다. 12일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정부 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전했다. 조 원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경제가 위축된 국면에 있으며, 내년에는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그 이후 큰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내후년부터는 조금 정상화되는 국면에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당 부분은 구조적 측면보다 순환적 측면이 있고 특히 통화 긴축과 관련해 벌어지는 현상이기에 어려운 국면이 한없이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며 "통화 긴축이 이번 사이클에서 적어도 우리나라는 마무리해가는 국면이고 미국도 후반부에 가 있는 그림"이라고 언급했다. 그만큼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다. 이어 "올해 통화 긴축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 내년 실물경제는 어려움을 겪겠지만 금융시장은 내년 하반기로 가면서 안정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외 기관들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대로 전망하는 것에 대해서는 "과거 1%대 성장률이면 '엄청난 위기'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자체가 내려와 그보다는 덜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내년 한국 경제에 닥칠 어려움 중 하나로 '수출 수요 둔화'를 꼽았다. 대중(對中) 수출과 관련해서는 지금 당장은 코로나19 방역 문제가 훨씬 더 크게 작동하기에 중국이 방역을 풀면 수출 경기가 살아날 수 있지만 장기적·구조적 측면에서 대중 수출이 과거처럼 호황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조 원장의 설명이다. 조 원장은 정부가 이달 중 발표 예정인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단기적인 어려움도 하나하나 대처해야겠지만 올해 강조점을 뒀던 연금·교육·노동시장 개혁에 대해 구체적 실행방안과 국민 의견을 모은 작업이 충분히 진행되지 못해 이를 잊지 말고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원장은 또 "법인세를 인하하면 투자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는 건 대부분 사람이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인세를 감면하는데 투자가 더 위축된다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다만 투자 효과가 어느 정도냐에 대해서는 여러 방법을 통해 여러 추정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인세 인하 관련) KDI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법인세를 감면했을 때 혜택이 어느 한두 사람 부자에게 집중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내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특례세율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KDI는 이후 '법인세 세율 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내고 "법인세 감세가 부자 감세라는 주장은 정치 과정에서 제기된 구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또 "지금 금리 인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건 시기상조"라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누그러질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아직 확신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이 연 3.5% 안팎에서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는 신호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내왔고, 그런 기본적인 스탠스(관점)에서 KDI도 전혀 다른 생각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주가와 환율은 향후 금리 정책이 변화할 것을 예상해서 먼저 반응할 수 있지만, 경험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시차를 두고 (정책을) 반영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조정 국면은 더 이어질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조 원장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과제로는 저출산·고령화 대응과 노동 개혁을 제시하면서 "우리 경제, 사회의 가장 큰 문제를 꼽자면 저출산·고령화를 들겠다"며 "그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태어났을 때 기대수명이 50살 좀 넘었으니 그때 기준으로 하면 저는 10년 전에 죽었어야 하는 사람인데, 당시 임금체계가 지금까지 바뀌지 않은 탓에 많은 근로자가 60살 언저리에는 주된 일자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경직적 임금체계와 호봉제가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과거 '평생직장' 시대에 머무른 제도로 호봉제, 일괄 채용, 노동 경직성 등 문제로 지적받는 제도들은 산업화의 유물이란 설명이다. 고도성장기에는 일단 근로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괄 채용해 입사 후 교육하는 방식이 유리했다. 평생 한 곳의 직장에 다녔기 때문에 기업은 해고를, 근로자는 이직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때엔 연차에 따라 직급을 상향했기 때문에 호봉제를 채택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문제는 업무가 전문화되면서 입사 전부터 근로자들이 특정한 업무를 위한 지식을 쌓고 노동생산성을 높여 이직하는 변화의 물결이 거센 상황에서는 호봉제와 같은 제도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