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권 무시한 인위적 줄긋기 '청약 거주자우선요건’ 손질 시급하다

실거주 위주 지역제한은 탁상행정

2023-12-12     조성준 기자
시민들이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결혼하면서 경기도로 이사온 서울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 A씨는 청약시장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서울 지역의 아파트에 1순위로 청약 신청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원래 출근지인 노량진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사가고 싶었지만 지역요건때문에 청약 1순위 자격에서 배제돼 기회가 없었다”며 “실거주 목적인 청약도 지역 차별을 하는 것은 탁상행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서울과 과천·광명·성남·하남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며 거주자우선 요건이 풀렸다. 하지만 정작 서울 등 소위 ‘이사 가고 싶은 도시’는 규제지역에 그대로 묶여 있으면서 거주자우선요건의 적용을 받는다. 사실상 같은 생활권인 서울·경기·인천에서 주민등록 소재지를 기준으로 도식적인 선가르기가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청약시장이 침체를 넘어 냉각기에 들어가는 마당에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꾀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특히 1순위 청약에서 기초자치단체로 묶어놓은 지역요건이 청약 활성화에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용인시 수지구에 거주한다는 B씨는 “아내 직장이 서울 남부여서 그 부근으로 이사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당해요건(거주자우선요건)때문에 좋은 청약이 나와도 당첨 가능성이 제로(0)에 가깝다”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광역 교통망이 갖춰진 시대에 거주지 1순위 요건은 현실과 너무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여러 자치단체가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거주자우선요건도 자동 폐지됐지만 정작 이사 수요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은 이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제도를 피하고자 일부 청약 준비자들이 편법으로 위장전입해 서울 청약을 준비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GTX, KTX 등이 도입되면서 공간과 위치의 개념이 광역화되는 상황인데 과거에 도입된 주택공급방식이 유지되다보니 현실과 괴리가 생기는 것”이라며 “주택 공급 방식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