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에 정치인 다수 포함될 듯…총리 주재 국무회의 준비
이명박 전 대통령 유력…김경수 복권도 '관심'
28일 단행 전망…대통령 지지율·여론 등 변수
2023-12-13 조현정 기자
[매일일보 조현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단행할 연말 특별사면에 여야 정치인이 다수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유력하게 검토됐다가 제외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에 이어 추가로 다수 정치인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특사 명단을 심의·의결하기 위한 국무회의를 윤 대통령이 아닌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통상 정치인이 여럿 포함되면 대통령이 아닌 총리가 특사 심의·의결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특사에는 이 전 대통령 포함이 확실시되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이 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을 내비쳐 왔다. 지난 6월 이와 관련해 "이십 몇년간 수감 생활을 하게 하는 것은 과거의 전례에 비춰 안 맞지 않나"라고 언급하며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사면 대상으로는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 여권 인사와 야권에선 김 전 지사,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각각 거론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으며 1심 판결을 앞둔 조 전 장관의 경우는 검토 대상 자체가 아니다.
시기는 이 전 대통령의 형 집행 정지 기한이 만료되는 28일 전이 유력하다. 이 시점에 맞춰 사면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20일 법무부가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대상자를 심사하고 22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거나, 27일 국무회의 직후 명단을 발표하는 일정이다. 이렇게 되면 다음 날 0시 사면이 시행된다.
특히 대표적 친문(친문재인) 정치인인 김 전 지사의 경우 내년 5월까지 남은 잔형을 면제하는 사면에 그칠지, 복권까지 시켜 정치권 재등판 기회를 열어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정치권에선 출소가 멀지 않은 시점으로 사면보다는 복권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복권 없는 사면이 이뤄진다면 김 전 지사는 2028년 5월까지 선거에 나설 수 없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지사는 잔여 형기를 고려, 사면에 그치지 않고 복권까지 해줘야 형평성에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정부가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위해 김 전 지사 끼워넣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국민 통합은 커녕 구색 맞추기이자 생색내기"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정치인 사면에서 복권을 제외한다면 가석방과 다를 것 없다는 점은 대통령이 잘 알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 통합을 위해 사면에 나설 것이라면 공정·형평성에 맞게 김 전 지사의 사면과 복권도 동시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기동민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지사도 가석방은 원하지 않는다. MB 사면의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전해 왔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가 재기 기회가 힘든 가석방은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 통합을 위해 명실상부하게 사면 복권하거나, 그 것이 아니라면 이 전 대통령 혼자 해주기 뭐해서 구색 맞추는 구차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며 "김 전 지사에 대한 온전한 사면 복권은 윤 대통령의 통합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줄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권에서도 정치인 사면 복권은 형평성이 맞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은 죄와 김 전 지사가 받은 죄는 각각 다르다"며 "사면 복권을 한다면 여야 가릴 것 없이, 국민 상식에 맞추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을 사면 복권하려면 김 전 지사에게도 같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만큼 윤 대통령의 막판 결단 여부가 변수다. 윤 대통령이 내세우는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측면도 있어 신중론도 제기된다. 8월 광복절 특별사면에서도 정치인들 대부분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당시 특사는 민생·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정 지지율과 정치인 사면에 대한 여론 등 정국 분위기를 더 살펴 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