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공습경보]국민연금 엄포…내년 3월 두려운 KT·포스코 소유분산기업

연금 이사장 인사철에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인사 문제 적극 개입 시사 KT‧포스코 현 회장 임기간 실적 개선…연금 수탁자 책임 활동 이해충돌 가능성

2022-12-14     이재영 기자
국민연금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공기업과 금융권을 비롯해 KT, 포스코 등 소유분산기업의 인사철에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적극 개입할 의사를 표현하면서 낙하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 활동 원칙에 따라 문제성 경영진을 교체한다는 방침이지만 관치논란과 함께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됐던 내 사람 심기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발언 파장이 번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직격했다. 일반 총수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배구조 고민이나 논의가 활발하지 않다”는 발언이 경영진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는 KT나 포스코를 비롯해 금융지주 등 소유분산기업의 회장직을 언급하며 “선임, 연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 같은 차별 등 외부 인사 허용 문제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다”라고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기준을 마련하라는 주문도 했다. 재계는 마침 구현모 대표에 대한 연임 여부를 심사 중이던 KT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봤다. 이후 KT도 구현모 대표에 대한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의 연임 적격 판단이 있었지만 스스로 심사를 되돌렸다. 구현모 대표가 복수 후보자를 심사해 달라고 요청해서다. 김태현 이사장이 말한 대로 구 대표가 외부 인사와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비친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국민연금이 사실상 연임에 제동을 건 것이며 구 대표가 강행 의지를 보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심사위를 거쳐 구 대표가 다시 적격 판단을 받아도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함으로써 표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주목한다. 그간 정권 때마다 교체되기 일쑤였던 소유분산기업의 회장직 관련 국민연금의 경우 반대사유가 있어도 중립권을 행사하는 등 소극적인 대응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새 이사장의 강력한 발언은 연임 인사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예고한다. 최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및 수탁자 책임 활동 강화 정책 기조와 맞물리면서다.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이 이미 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남았지만 마찬가지로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역대 회장들이 연임에 성공했어도 임기를 채운 경우가 드물어서다. 최정우 회장의 경우 연임 당시 현 야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반대가 많아 전 정권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진 않는다. 다만 일각에선 올해 제철소 침수피해를 두고 현 정부와 정치권에서 대응이 미흡했다고 강하게 비판한 기류가 특정 인사신호가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과 금융권의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면서 KT, 포스코도 관련 이슈로 피로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KT와 포스코 현 회장의 임기 동안 실적이 좋아 국민연금이 반대할 명분은 약해 보인다”라며 “최정우 회장의 연임 당시 정치권의 때리기가 낙하산 공세로 비치면서 여론 역풍을 불렀던 선례도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활동의 목표는 기금운용 수익률 향상인데 실적이 좋은 CEO를 뚜렷한 명분 없이 반대한다면 되레 이해충돌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KT의 경우 구현모 대표 임기 중 실적이 올라 임직원 급여도 상승했다. 이에 따라 내부에서도 연임에 우호적인 분위기다. KT그룹 자산은 지난해 말 약 38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포스코도 최근 업황 하향 사이클에 진입하긴 했지만 과거에 부진했던 재무지표가 최정우 회장 임기간 개선된 실적은 뚜렷하다. 포스코는 주력사업의 실적 개선과 불필요한 투자를 줄이면서 그룹 순차입금이 지난해 4조5000억원으로, 한 때 15조도 넘어섰던 채무 부담이 크게 개선됐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했던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주제발표를 맡아 “전문성과 독립성이 결여된 국민연금 지배구조와 기금수익률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관여하는 수탁자책임 활동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 인사를 배제하고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기금위를 개편해야 하며, 수책위는 자문기구로서의 역할만 수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수익률을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두고 국민 노후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진정한 수탁자책임 활동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