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 너도나도 ‘앱’에서 ‘페이’로
기존앱 없애고 간편결제 중심 ‘페이앱’ 일원화
편의성·범용성 대폭 개선…‘빅테크’에 견제구
2022-12-14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카드사들이 기존 카드앱을 없애고, 결제 편의에 기능을 맞춘 ‘페이앱’으로 일원화에 나서고 있다. 카드앱은 그간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 업체들이 운영하는 결제 서비스에 비해 편의성과 서비스의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앱 저 앱으로 나눠 있는 결제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편의성 개선뿐만 아니라 소비자 맞춤형 ‘자산·신용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14일 여신업계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지난 12일 기존 모바일 앱과 통합포인트 앱인 ‘리브메이트’ 서비스를 ‘KB페이’ 앱으로 통합했다. 기존 KB국민카드 앱은 오는 이날 서비스가 종료된다. 리브메이트 앱 서비스는 이용자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내년 초까지 유지한 후 종료할 예정이다.
KB국민카드는 이번 통합 작업으로 결제예정금액조회, 즉시결제, 분할납부 등 기존 카드 앱에서 제공하던 주요 서비스를 KB페이에 이식하고, 마이데이터 서비스도 추가했다. 사용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정보를 어떻게 공개하고 이용할지 결정할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향후 개인화 콘텐츠 강화와 함께 자산관리 부문에 개인재산·소비패턴 기반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금융 업권별 최적의 상품을 추천하는 중개 영역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다른 카드사들도 페이앱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개편에 나섰다. 신한카드는 간편결제 앱 ‘신한플레이’를 기반으로 카드 서비스를 통합하고, 지난달 기존 신한카드 앱 운영을 종료했다. 우리카드는 ‘우리 원(WON) 카드’, 하나카드는 ‘원큐페이(1Q)’ 앱으로 서비스를 통합해 운영 중이며, 삼성카드는 삼성금융네트웍스(삼성생명·화재·증권·카드·자산운용)의 통합 금융 플랫폼 ‘모니모’를 올해 초 출시했다.
카드사의 ‘원앱’ 전략은 간편결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빅테크 업체와 무관치 않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빅테크가 49.7%를 점유하며 카드사 등 금융회사(27.6%)를 압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빅테크가 50.4% 과반을 차지하는 반면 금융회사는 26.1%의 점유율로 되레 영향력이 축소하고 있다.
한국은행 ‘2022년 상반기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간편결제 서비스의 하루 평균 이용금액은 7232억원으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10.7% 늘어난 수준이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의 이용금액은 3641억원으로 전체의 50%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사는 1887억원(26.1%) 수준이다. 여기에 내년 초 애플페이의 국내 시장 진출 소식에, 카드사가 설 자리는 더 좁아지고 있다. 16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삼성페이와 함께 간편결제 시장에서 양대산맥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카드사들은 자체 페이앱 고도화뿐만 아니라 ‘연합체’를 구축해 점유율 사수에 나선 모습이다. 이달 중순 신한·KB국민·롯데·하나·NH농협 6개 카드사로 구성된 ‘오픈페이’ 서비스가 시작할 전망이다. 오픈페이는 오픈뱅킹처럼 개별 카드사의 결제 플랫폼에서 다른 카드사의 신용·체크카드 상품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신한·KB국민·하나카드 3개 사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하고, 롯데카드와 NH농협카드는 내년부터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