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빅스텝...한미 금리차 22년래 최대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1.25%P 높아져 美 내년 최종금리 전망도 '5.1%'로 상향 파월, 속도조절해도 긴축 장기화 시사

2023-12-15     이광표 기자
제롬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한국 기준금리와의 격차가 22년여 만에 가장 큰 1.2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4.25∼4.50%로 올린다고 밝혔다. 현재 금리인 3.75∼4.00%보다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것이다. 연준은 지난 3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제로 금리 시대'를 끝낸 뒤로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려왔다. 특히 지난 6월, 7월, 9월, 11월 4차례에 걸쳐 사상 유례없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씩 올렸다. 이후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대비 7.1%로, 10월의 상승률(7.7%)은 물론 시장 전망치(7.3%)를 모두 하회하는 등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는 조짐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날 정례회의에서 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대신 금리 인상 속도를 0.50%포인트로 조절할 것으로 예상했고, 예상대로 연준이 통화 긴축 속도를 줄이면서 한국은행도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을 조금은 덜게 됐다. 하지만 긴축 속도만 다소 더뎌졌을 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한 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기조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내년 금리의 중간값은 5.1%로 전망됐다. 앞서 9월의 4.6%보다 오히려 0.5%포인트나 높아졌다. 결국 연준이 '조금 천천히, 그러나 더 높은 수준까지 오래'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제는 (인상)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종 금리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지를 생각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어느 시점에는 긴축 기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연준의 이번 조치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더 벌어지게 된 것도 부담스러운 요소이자 한국 경제에도 위험 요소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3.25%로 미국보다 0.50∼0.75%포인트 낮았지만, 연준의 이번 인상으로 금리차가 최대 1.25%포인트로 커졌다.

1.25%포인트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1.50%포인트)에 근접한 수준이다. 금리차가 벌어지면 한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미국의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