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바람에 ‘종이’ 사라지는 은행

문서 발급·관리 디지털화 친환경·모바일 달력 제작

2023-12-15     이보라 기자
사진=픽사베이
[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은행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종이 문서를 전자 문서화하고 달력 제작도 줄이는 등 종이 사용을 줄이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KT와 손잡고 공인전자문서센터에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 종이 없는 업무환경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영업점과 본점 간 물류이동을 없애 문서 관리의 모든 단계를 디지털화할 계획이다. KT의 공인전자문서센터는 국가지정 업무수행기관으로 전자 문서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등록된 모든 문서가 법률적으로 종이 문서와 동일한 원본 효력을 지닌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월 한국감정평가사협회와 함께 ‘디지털 감정평가서’를 도입했다. 디지털 감정평가서는 종이가 필요 없는 전자문서 형태의 감정평가서다. KB국민은행은 디지털 감정평가서 도입으로 연간 약 4만건의 종이사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또한 환경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영업점 거래 시 발생하는 종이영수증 대신 전자영수증을 발급한 고객에게 건당 100원의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제공한다. 탄소중립실천포인트는 일상생활 속 친환경 활동을 실천하면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제공하는 제도다. 아울러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신규 예금 가입 시 종이 통장을 발행하지 않을 때마다 2000원씩 적립해 최대 1억원의 기부금을 조성해 저소득계층에 기부하는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자격증을 전자화해 발급·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자격증명 전자지갑’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블록체인 DID(탈중앙화 신원 증명) 기술에 기반한 것으로 증명서의 위·변조에 안전하다. 우리은행은 또한 서울지방변호사회와 협업해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에게 ‘디지털 자격증명서’를 발급한다. 디지털자격증명서는 서비스 제공 회사의 서버가 아닌 사용자 본인의 휴대 전화 안전 영역에 직접 저장된다. 이를 보유한 사용자는 제출 기관에 필요한 정보만 선택해 제공할 수 있다. 은행들은 달력 제작도 줄이고 있다. 올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달력 제작 부수는 약 505만부로 지난해보다 4만부 가량 줄었다. 우리금융그룹은 국제산림관리협의회에서 인증받은 친환경 종이를 사용해 달력을 제작했다. 탁상형 달력은 쉬운 재활용을 위해 삼각 지지대의 코팅을 없앴고 비닐 포장지 대신 종이 포장지를 활용했다.

종이 달력 대신 ‘디지털 플래너’를 제공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내년 목표를 입력한 전원에게 디지털 플래너를 배포한다. 하나은행 앱에서도 내년 1월부터 디지털 플래너를 받을 수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달력과 다이어리 제작을 전면 중단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전자문서 이용 활성화 계획과 종이 사용 줄이기에 동참해 ESG 경영에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