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산안 불발'…민주당, 단독처리할까

15일 오후 이재명 "중재안 전격 수용" 기자회견 주호영 "법인세 1%p 인하는 언 발에 오줌 누기"

2022-12-15     염재인 기자
김진표

[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여야의 내년도 예산안 합의가 사실상 불발됐다. 야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2차 중재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했지만, 여당은 합의 안 된 사안들을 지적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로써 예산안 정국은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예산안 협상의 최대 쟁점인 법인세 최고세율 1%p 인하를 포함한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민주당은 앞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대해선 '초부자 감세', '시행령 예산에 대해선 '불법 예산'이라며 타협 불가 방침을 고수한 바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고심 끝에 대승적 차원에서 이번 국회의장의 뜻을 존중하고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우리 민주당의 입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민생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는 "정부여당도 의장 중재안을 수용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오늘(15일) 중으로 예산 협상을 매듭짓고 늦어도 내일 중엔 예산안 처리를 완료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그동안 639조원의 예산 중 주요 쟁점인 법인세 등이 포함된 5억원을 두고 벼랑 끝 대치를 이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김 의장의 '2차 중재안'을 수용하면서 꽉 막혔던 여야의 예산안 협상에 물꼬가 트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여당이 중재안에 대해 난색을 표하면서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김 의장 중재안에 대해 수용 여부를 논의했으나 수용 판단을 보류하고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의장 중재안을 받겠다고 했지만, 중재안으로 예산안이 다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합의 안 된 사안이 여러 가지가 있다"며 김 의장의 중재안을 당장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어 "당내 입장을 모은 다음 말하겠다. 법인세 1% 감소는 '언 발에 오줌 누기'가 아니겠냐"라며 "실질적 감세가 없는데 외국 유치 투자 경쟁에서 어떤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이 법정시한과 정기국회 종료일을 잇달아 넘기면서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역대 최장 지각' 불명예 기록은 다시 늘어나게 됐다. 아울러 이번 예산안 중재안 합의 무산으로 민주당이 수정 예산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