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칼럼]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 준비해야

2022-12-15     매일일보 기자
김용태
유럽연합이 내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범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은 이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검토한 바 있으며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각료 이사회, 유럽의회 3자 간 협의를 통해 잠정 합의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유럽연합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있어 탄소 배출량이 유럽연합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보다 많을 때 그 초과분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적용되는 품목은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이다. 당장 철강, 시멘트 등은 상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이를 수출하는 우리 기업의 피해가 예상돼 우려가 크다.  특히 오래전부터 재생에너지에 투자를 하면서 에너지 전환의 체질 개선을 이뤄온 유럽연합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경제 성장을 집중하면서 석탄 등 화력에너지 중심의 구조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해 왔기에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RE100(신재생에너지 100%) 등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해 탄소배출량이 비교적 적은 유럽연합에서 생산한 철강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되는 철강은 탄소배출조정제도로 인해 가격경쟁력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유럽연합뿐만 아니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탄소국경조정 제도 적용 검토를 언급한 바 있어, 대미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고민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에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향한 의문도 존재한다. 전 세계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우리는 공정한 책임을 따를 필요성이 있다. '손실과 피해'라는 명제에 합의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볼 수 있듯 환경문제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 간 책임의 차별성을 오랫동안 국제사회가 인정하기도 했다. 때문에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분을 책임 있게 결정하는 파리기후협약의 기조에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줄곧 제기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탄소국경조정제도로 인해 미칠 우리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러한 의문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을 상대로 부처 간 외교적 역량을 모을 필요가 있다.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에 이뤄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을 상대로 한국의 에너지 수급 상황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럽을 상대로 한국의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의 의지를 보여주고 설득해야 한다. 내년부터 시범으로 운영될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는 당장 비용을 부과하지 않고 기간을 유예하겠다고 하니 대응할 시간은 있다. 

근본적으로 에너지 전환도 이뤄내야한다. RE100과 마찬가지로 탄소국경조정제도는 근본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이뤄내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제약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전인류의 생명을 위협할 안보문제로서도 대응해야하지만, 전략적으로 우리 산업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역량을 집중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