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 부담되는 정치권, 노동 개혁 여론 '눈치 보기'

'매일일보' 국회 환노위 소속 의원들 찬반 의견 결과 미래연 권고안 '주 52시간→69시간' 근로 시간 증가 부담 "개인 입장 표명 곤란"…"상임위 당 간사 입장 따를 것"

2023-12-15     조현정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조현정·문장원·염재인·김연지·김정인 기자] 윤석열 정부의 노동 시간을 주 단위가 아닌 월과 연 단위 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노동 개혁'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사실상 여론 '눈치 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 일부는 찬성, 야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반대한다고 밝혔지만 상당 수 의원들이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이는 현행 주 52시간 근무가 최대 주 69시간까지 늘어난다는 인식을 국민들이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매일일보>가 15일 국회 환노위 소속 여야 의원 15명(위원장 제외)에게 최근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권고하고 노동부 장관이 즉각 수용해 입법화하겠다고 밝힌 노동 개혁안에 대해 물은 결과 답변을 준 의원은 5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8명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2명은 사정기관 수사를 받고 있어 답변을 받지 못했다.  앞서 지난 12일 윤 정부 노동 시장 개혁 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집단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연장 근로 시간의 관리 단위를 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개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노동 시장 개혁 권고안을 발표했다. 미래연은 현재 연장 근로를 1주 12시간 한도로 제한하고 있어 노사가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연장 근로 정산 기간을 '현행 1주' 단위와 더불어 월, 분기, 반기 및 연 등으로 설정해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파견 허용 업종과 기간을 늘리고 노동조합의 파업 시 대체 근로 사용 허용, 사업장 점거 제한 등 법·제도 전반의 개선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사실상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도 확정된 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애매모호한 의견을 표했다. 해당 의원은 "이번 발표는 보고 차원이지 확정된 게 아니다"며 "앞으로 내용이 더해지고 수정되기 때문에 찬반 입장을 명확히 말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일단 권고안인데 그 부분에 대해 국회 찬성, 반대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법안이 아직 넘어온 것도 아니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 의원은 "여당 상임위 간사와 같은 의견"이라고 짧게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역시 본인 의견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꺼리거나 당과 간사의 입장과 같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반대 입장은 명확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당 기조와 다르지 않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이지만 의원이 대신해 입장 표명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에둘러 말했다. 이어 "간사 입장을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민주당 의원도 "정부의 노동 개혁안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렵다"며 "논의는 계속하고 있는데 아직 일치가 안됐다. 조율 되는대로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년 초 예정대로 입법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할 경우 여야 간 치열한 입법 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