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尹정부 노동시장 개혁 본격 시동 건다… 기업 괜찮을까
尹대통령 “노동개혁 못하면 정치·경제 망한다” 강한 의지
미래노동연구회 권고안, 주62시간제 허용·호봉제 폐지 담아
권고안에 경영계 환영, 노동계 반발… 노란봉투법 갈등 더해
2023-12-18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윤석열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에 본격 시동을 건다. 윤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미래노동연구회) 권고안에 따라 노동 시장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첫 국정과제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노동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노동 문제가 정쟁과 정치적 문제로 흘러버리면, 정치도 경제도 망한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노동시장 개혁의 강력한 드라이브는 미래노동연구회 권고안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래노동연구회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권고안을 제안했다”라며 “권고 내용을 토대로 조속히 정부 입장을 정리하고,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미래노동연구회 권고안의 핵심은 근로시간과 임금 체계를 바꾸는 것이다. 주52시간제(기본 40시간, 연장 12시간)의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최대 '연 단위'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이럴 경우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해진다. 임금과 관련해선 현행 ‘연공급(호봉제)’ 임금 체계를 폐지하고, 직무·능력과 연관된 새로운 임금체계를 도입하자는 게 골자다.
권고안에 대해 경영계는 전반적인 내용엔 환영하지만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입장문에서 “노동시장 개혁의 토대가 마련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혁의 기본방향에 대해 경제계도 공감한다”고 했다. 반면 근로시간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 특별건강검진, 연속휴가 보장, 의무휴일 등에 대해선 반감을 드러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입장문에서 “노사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근로시간 제도 개선 방안을 권고한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대한상의와 마찬가지로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에 대해선 우려했다. 임금 체계와 관련해선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안들이 모색돼야 한다”고 했다.
경영계는 통상임금, 평균임금 등에 대해 노사 간 자율적 합의와 다른 사법적 판단으로 산업현장의 혼란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통상임금, 평균임금 등에 대한 노사 합의가 있는 경우 그 효력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파견법 제도개선도 필요하다고 경영계는 지적했다. 파견법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라는 취지와 달리 도급을 불법파견으로 재단하고 일자리의 다양성을 제약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파견법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파견과 도급 구별 기준을 명확히 하고 파견대상을 확대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경영계는 대기업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고용규제 완화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제고, 고임금 안정과 대·중소기업의 자율적 상생협력 확산 등의 정책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권고안에 대해 노동계의 전체적인 입장은 경영계 입장은 180도 다르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연장근로 시간 총량 관리,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등이 양질의 일자리에 무슨 도움이 되냐”며 “근로자가 사용자의 업무지시를 거절할 수 없는 현실에서 노동시간 자율선택권 확대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했다. 호봉제 폐지도 “사용자 단체가 제시해온 임금 삭감 정책에 정부가 맞장구를 쳐준 모양새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에서 “윤석열 정부의 의도에 맞춘,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임금체계·노동시간 개악 시나리오”라고 혹평했다.
전체적인 입장 표명과 달리 이번 권고안에 담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은 경영계와 노동계 입장이 서로 반대다.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 가중에 따른 경영악화를 우려해 재검토를 요구한다. 반면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이 오랜 숙원사업인 만큼 이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권고안 말고도 경영계-노동계 대립은 ‘노란봉투법(노조·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두고도 상당하다.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불법쟁의행위에 대해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해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해 노동자들을 옥죄기 위해 악용되는 반헌법적인 손해배상소송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