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른 보험사 채권 6.8조 현금화
만기 앞둔 저축보험, 퇴직연금 등 연말 자금 유출 우려에 대비
2022-12-18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보험사들이 최근 3개월간 채권 6조8000억원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단기차입금 한도도 대폭 늘렸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만기를 맞은 저축보험, 퇴직연금 등을 재유치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관리가 시급해진 영향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월별 보험사들의 채권 순매도 규모를 살펴보면 9월 6317억원, 10월 2조2319억원, 11월 3조5534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부터 지난 9일까지 매각 규모를 합하면 6조8684억원에 달한다.
이는 연말 자금유출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만기를 앞둔 저축보험, 퇴직연금 등이 다른 금융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5%가 넘는 예금 상품이 등장하면서 보험 해지가 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전 업계에 금리 인상 자제를 주문하기도 했다. 보험사들 역시 연 6~8%대 저축보험을 출시하며 금융권 수신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연말 보험사 손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연금 규모만 올해 3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퇴직연금은 통상 사업자와 기업 간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진다. 12월에는 대규모의 자금 이동이 불가피한데, 올해는 그 규모가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1실장은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연말 퇴직연금 시장에서 30%의 자금이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올해는 금리 인상이라는 특수성으로 이동 규모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보험사들은 지주사로부터의 유동성 수혈을 받기도 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단기차입 한도를 13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확대했다. ‘당좌차월’ 규모를 기존 13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확대하고,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등을 위해 1조원의 한도를 신규 확대했다.
마이너스 통장 격인 단기차입 한도를 늘리는 보험사도 늘고 있다. 롯데손보는 단기차입금 한도를 기존 15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증액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삼성생명이 지난달 단기차입 한도를 기존 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푸본현대생명도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늘렸다.
보험사들의 마통 한도 증액 움직임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유동성 관리를 위해 퇴직 퇴직연금 계정의 10%로 묶인 차입 한도를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풀고, 보험사의 RP 매도를 허용했다.
정원하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2실 선임연구원은 “외부자금 조달 경색 지속, 보유자산의 가치 하락 등으로 보험 산업 내 유동성 위험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