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발 빼는 외인 '산타랠리' 실종

外人 올해 코스피서 6조 넘게 팔아 한미 금리역전폭 22년 만에 최대 국내서 자금 빼 미국행 가능성 고조

2023-12-18     이광표 기자
한미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 6조원을 넘게 팔아치운 외국인이 우리 증시를 더욱 외면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며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는 2000년 이후 22년래 최대인 125bp(1bp=0.01%포인트)로 벌어진 점이 이같은 비관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14일(현지시간) FOMC 이틀차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4.25~4.50%로 인상했다. 한국의 현재 기준금리는 3.25%인 만큼, 한미 금리 차이가 최대 1.25%포인트로 벌어진 것이다. 미국 금리가 우리나라 금리보다 1.50%p 높았던 지난 2000년 10월 이후 최대폭이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올 하반기 들어 역전된 데다 그 폭마저 계속 벌어지면서 국내 증시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한국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미국의 더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 투자금을 회수해 미국으로 방향을 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외국인은 올 들어 코스피에서 6조3514억원을 순매도했다. 14일 기준 국내 코스피 시가총액(1895조6550억원) 중 외국인의 몫(589조2255억원)은 31.08%로 작년 말(33.53%) 보다 2.45%포인트 줄어든 상태다.

게다가 연준이 내년 금리를 더 올릴 전망이 확실시되며 한국은행 역시 이 움직임을 따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개인 투자자나 기관 역시 위험자산인 주식보다는 안전자산인 예금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주식비중을 축소하고 현금 비중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의 긴축과 경기 악화 중 하나라도 방향이 바뀌어야 증시의 추세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한미 금리역전이 하반기 내내 이어진 이슈인 데다 유럽이나 일본 역시 금리차 역전을 겪고 있는 만큼, 과도한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2005년8월~2007년 8월 한미 금리가 역전됐던 시기에 외국인은 국내 시장(주식+채권)에서 6000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2018년 한미 금리 역전기에는 7000억 원을 순매수한 바 있다. 달러화가 안정세에 접어들어 자금 유출 압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달러가 더 강해지지 않는 국면에서 코스피가 미국 증시보다 나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코스피의 상단은 막혀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심각한 침체 위험도 높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