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백색 가루 속을 질주하는 ‘지하철’

강남역 지하상가 발암물질 석면 최다 검출
하루 이용객 650만명 목숨 건 대중교통이용(?)

2005-09-13     김윤정 기자
서울 지하철역의 공기 중에 인체에 치명적인 석면성분이 다량으로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이하 부추연)의 문제제기에 대해 서울지하철공사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추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서울 지하철 신설동역 1, 2호선 연결통로의 마감재 일부에서 발암물질인 석면성분이 검출돼 논란이 된 바 있는데 이번에 또 다시 일부 지하철역에서 석면이 다량으로 검출됐다. 지난 8월 24일 부추연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교대역과 3호선 종로3가역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석면이 심각한 수준으로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부추연의 주장대로라면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는 하루 80여만명의 서울시민들이 석면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부추연은 8월 24일 이들 2개 역내 11곳에서 공기 중 석면 농도를 측정한 결과 최대 0.014개/㏄의 석면이 검출되는 등 모두 5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부추연은 또 2호선 강남역내 지하상가 천장 6곳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을 의뢰한 결과 6곳 모두에서 석면이 검출됐다.이 같은 결과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산업보건학교실(백남원 교수팀)이 부추연의 의뢰를 받아 위상차 현미경법으로 측정한 것이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강남역 지하상가 북쪽 광장과 만남의 쉼터 천장, 1번 출구 천장에서 각각 아모사이트 석면 2∼4%, 북쪽 광장 다른 천장에서 백석면 3∼5%이 검출됐다. 또 상가 내 1번 출구 천장 다른 곳에서 백석면 2∼5%, 화장실 입구 천장에서 백석면 1∼2%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천연광물질인 석면은 뛰어난 내화성과 함께 절연성을 띠고 있어 타일이나 보일러실 환기통 등 건축자재로 사용되지만 대기에 노출돼 석면가루를 사람이 흡입하게 되면 폐에 축적되며 영원히 용해되거나 배설되지 않기 때문에 만성적인 폐기능 감소와 폐암 등 치명적 질병을 유발하는 물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면은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이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실한 1급 발암물질’ 27종에 포함시킨 ‘죽음의 섬유’. 이런 가운데 부추연이 9월 9일 열차 바퀴에서도 석면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용산 소재 서울철도차량관리단에서 전동차 브레이크 라이닝 샘플을 채취해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성분검사를 의뢰한 결과 석면이 기준치를 2~3배나 초과한 황석면(amosite)이 검출됐다고 밝혔다.부추연 윤용 대표는 “성분검사 결과 전동차 브레이크 라이닝에서 황석면이 2~3% 가량 나왔다”며 “객차 1량에 브레이크 라이닝이 16개가 달려 있어 열차 한대가 객차 15량을 끌고 다닌다면 라이닝 240개가 동시에 석면 가루를 뿌리게 된다”고 지적했다.윤 대표는 “기차는 하루에 600회를 운행하므로 이들 열차가 브레이크를 한번 잡을 때마다 엄청난 양의 석면이 나오게 되고 지하철환승역까지 전파돼 그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석면 대체품으로 교체하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그동안 정지된 물체에서는 석면이 검출되었지만 달리는 물체에서 석면이 검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이에 대해 한 네티즌 ‘aoosi’는 “발암물질이 대다수의 서울시민 이 이용하는 지하철 역내 공기에서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여 검출된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조사한 2군데가 다 높게 나타났는데 다른 역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네티즌 ‘fox200200'은 “지하철을 매일 이용해 출퇴근하는데 버스로 바꾸어야 할지 고민이 될 지경이다. 관계 당국은 전 역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여야 한다”며, “만일 같은 결과가 나올 경우 신속한 개선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지만 이런 중요한 문제에 대해 아무런 발표가 없는 것 같다”며 실망감을 내비췄다.부추연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공사측은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공사측은 “같은 곳에서 공기를 채취해 한국산업안전공단에 정밀분석을 의뢰한 결과 12곳 모두에서 석면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됐다”고 해명했다. 전체 12개 시료 중 11개에서는 석면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1개 시료에서도 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0.0016개/㏄만 검출됐다는 것이 공사의 설명이다. 공사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위상차 현미경법’ 대신 ‘전자현미경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이어 “천장의 석면은 고형물체이기 때문에 석면가루가 날릴 이유가 없으며 열차브레이크 라이닝도 2000년 이전에 교체했다”며 “지하철 내 미세먼지는 많지만 석면농도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