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39개월치 급여 지급… 돈다발 챙겨 은퇴하는 4050 은행맨
올해 5대 시중은행 퇴직자 약 2400명 추산 특별퇴직금 더해 4억∼5억원 지급 전망 비대면 전환·인건비 부담 등 ‘은퇴’ 앞당겨
2023-12-19 홍석경 기자
◇최대 39개월치 월평균 임금 지급
은행에 따라, 근무 기간과 직급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통 현재 국내 시중은행의 부지점장급 인력이 희망퇴직하면 특별퇴직금까지 더해 4억∼5억원 정도를 받는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7일 희망퇴직 대상과 조건 등을 공지했다. 관리자와 책임자, 행원급에서 각 1974년, 1977년, 1980년 이전 출생자가 신청할 수 있다. 특별퇴직금은 1967년생이 24개월 치, 나머지는 36개월 치 월평균 임금으로 책정됐다. 이 밖에 자녀 1인당 최대 2800만원의 학자금, 최대 3300만원의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권, 300만원 상당의 여행상품권 등도 지원한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27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내년 1월 말까지 퇴직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이미 지난달 18일부터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해 다음 주 최종 퇴직자 공지를 앞두고 있다. 10년 이상 근무한 일반 직원 중에서는 만 40세(1982년생) 직원도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됐다. 희망퇴직금으로는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20∼39개월 치가 지급된다. 최종 퇴직자 규모는 약 500여명으로 알려졌는데, 지난해 427명보다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수협은행도 최대 37개월치 급여를 조건으로 15년 이상 근무자로부터 지난달 18∼22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의 경우 아직 희망퇴직 공고가 나지 않았는데, 예년 일정으로 미뤄 대부분 연내 신청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달라진 금융환경에 은퇴 서두르는 40·50세대
은행권에서 자발적 희망퇴직에 나서는 직원들이 늘고 있는 배경은, 금융권 환경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비대면 금융거래 증가로 갈수록 인력 수요는 줄어들고 있고, 인사 적체로 인해 지점장(부장)은 커녕, 부지점장(부부장) 승진도 못하고 퇴직하는 직원들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50대 초반, 40대 후반에라도 빨리 나가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직원들이 노조를 통해 희망퇴직 대상 확대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은행은 현재 더이상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전환이 가속화 하면서 은행들은 지점을 폐쇄하거나 출장소처럼 규모를 축소하는 등 몸집을 줄이고 있다. 은행연합회 은행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5231곳이던 시중은행, 지방은행, 특수은행 점포 수는 올해 9월 말 기준 5025곳으로 206곳 감소했다. 이중 시중은행들이 173개 점포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온라인을 통해 금융서비스는 매년 이용자가 급증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을 통해 자금이체와 대출신청서비스를 이용한 건수는 일평균 1732만건으로 나타났다. 이용 금액도 70조6000억으로 2020년 대비 19.6%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인터넷뱅킹 이용실적 중 모바일뱅킹이 차지하는 비중도 금액 기준으로는 18.2%로, 직전 해에 비해 2.2%포인트 증가했다. 이용 건수를 기준으로는 82.9%에 달해 최초로 80%를 넘어섰다. 이용 금액과 건수 모두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사상최대 실적에도 비용절감
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에 나서는 배경은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지배주주 순이익 컨센서스(시장 예상치) 합계는 16조6529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4조5429억원 대비 14.5% 증가한 수준이다. 이와 함께 직원들 급여와 복지 지출 역시 매년 크게 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 3분기 말까지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판매관리비로 10조5511억원을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5%가량 늘었다. 은행들의 판매관리비는 매년 증가세다. 지난 2020년 이들 은행의 판관비는 13조7451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4조3438억원으로 4.3%늘었다. 통상 4분기에는 희망퇴직 등 퇴직자들의 퇴직 비용을 정산해야 해 인건비가 대폭 늘어난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이들 은행의 판관비는 15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직원들의 복지에 지출하는 돈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20개 은행의 복리후생비는 지난 2020년 말 8995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9614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485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인데, 통상 하반기에 복리후생비 지출이 상반기보다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1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