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빌라왕은 어디에나 있다

2022-12-20     조성준 기자
김인만
빌라와 오피스텔을 1139채나 보유한 40대 임대사업자 김모씨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리는 세입자들 이야기가 전국을 강타했다. 집 1-2채 보유하고 있다가 전세가격이 떨어져서 전세금 반환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집주인들은 그나마 우리나라 전세제도의 문제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라 이해할 수 있지만 빌라, 오피스텔을 수십 채 또는 수백 채 보유하는 것은 위험관리측면에서 해도 너무 했다. 항상 예상치 못한 위험은 존재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경우는 피하는 것이 맞다. 빌라왕의 경우 사망하면서 피해가 더 커졌다. 전세금보증보험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해 주지 않는 경우 보증보험 회사가 세입자에게 먼저 보증금을 지급한 뒤,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받아내는 방식인데 이를 대위변제라고 한다. 문제는 대위변제를 받기 위해선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해지를 통보해야만 보증금 지급이 가능한데 집주인인 빌라왕이 사망하면서 계약해지 대상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통상적으로 집주인이 사망하면 4촌 이내 친족이 상속을 받게 되는데 빌라왕의 경우 유일한 혈육인 부모님이 상속을 거부하고 있어 세입자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부모님 입장도 이해는 된다. 종합부동산세 체납액만 62억원이라고 하는데 과연 선뜻 상속받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빌라왕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450명에 달하고 자신이 사기를 당한지 모르는 세입자도 다수여서 앞으로 피해자가 더 늘어날 것 같다. 뒤늦게 정부가 나서서 전세사기 위험지역을 알려주고, 전세대출도 연장해주고, 임시거주처도 마련해준다고 하지만 근본대책이 될 수는 없다. 모든 임대차 계약 시 보증보험가입을 의무화하고, 저소득층은 정부가 보증보험료를 지원해주어야 하며, 집주인 사망 시 세입자의 계약해지 의사만 있어도 대위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겠다. 또 서민들의 피 같은 전 재산인 전세금을 사기 친 빌라왕과 같은 파렴치한 사기범들에 대한 처벌도 더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전세금 에스크로우(Ascrow) 제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전세계약에서 세입자가 전세금을 바로 집주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보증보험회사에서 전세금을 우선 받은 후 임대인이 보유한 주택 수와 세금체납액, 과거 전세금 분쟁이력 등을 확인해서 위험 임대인 가능성이 발견된다면 전세금 지급을 보류해서 사전에 전세사기를 예방하는 것이다. 피해자 대부분이 사회초년생인 2030임을 감안하면 사회경험이 부족한 세입자에게 모든 위험을 알아서 조사하고 예방하라는 것은 사기를 당하라고 방치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더 나아가 전세금 100%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금의 30% 정도는 보증보험회사가 의무적으로 예탁을 받고 은행 예금금리 이상의 이자를 집주인에게 지급해서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갭 투기까지 예방할 수 있는 전세금 예탁제도도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