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달러가치 '상고하저'… "원ㆍ달러 환율 1100원 간다" 전망도
"하반기 달러가치 하락 본격화"...美 통화정책이 변수 블룸버그 "연준 금리 인상 종료 시 원화가치 급부상"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내년 원·달러 환율이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거란 전망이 나온다. 상반기에는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가 지속되면서 달러화 상승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거라는 예상이다.
2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은 내년 원·달러 환율이 미국의 통화정책 등의 대외 요인에 영향을 받으며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내년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20~1370원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게 치솟는 등 달러화 초강세 현상이 이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22일 종가기준 1409.7원으로 1400원 선을 넘어선 이후 10월에는 1444.2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찍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20일(종가기준 1412.5원) 이후 처음이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환율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조절 기대감으로 이달 들어 안정세를 보이며 1200원대 후반에서 안착을 시도 중이다.
최근 킹달러 현상이 주춤한 가운데, 내년 원·달러 환율은 1분기에 정점을 기록한 후 하반기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무역 적자 개선 등으로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과 글로벌 성장 둔화 등 달러 강세 요인이 있지만, 한·미 금리 격차 축소로 하반기 안정세가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해 연평균 1319.2원 내외로 전망한다"며 "원·달러 환율이 상저하고 흐름 속 상반기 1343.3원, 하반기 1295.0원으로 1300원 선을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오현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미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내년 상반기 종료돼 원·달러 환율은 하반기 안정세가 예상된다"며 "내년 상반기 1400원, 하반기 1340원으로 연평균 1370원 수준으로 전망한다"고 예측했다.
일각에선 올해 14년여 만에 초강세를 보였던 달러 가치가 내년에 하락 전환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까지 떨어질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21일 블룸버그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IB)의 아시아권 통화 전망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에 달러 지수(DXY)가 10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내년에 미국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고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중단에 이어 금리 인하까지 고려한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달러 지수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올해 1월 중순 94.629에서 9월 말 114.778까지 급등해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최근 104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보고서는 달러 지수가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100 아래로 내려가면 기술적으로 98과 95가 다음 지지선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은 미국 연준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태도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성장이 둔화하면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는 내년에 원·달러 환율이 1130~1350원대에서 움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 침체,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일시적인 달러 강세 요인이지만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 달러 지수가 지속해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원화는 세계 증시의 기술주 흐름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 내년에 미국 금리가 고점에 이르면 삼성전자 같은 종목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와 원화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봤다.
최경진 도이체방크 서울지사 채권·통화부문 대표도 내년에 환율이 110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이 내년 3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세계 국채지수에 편입되면 90조원 규모 외국인 자금이 국내에 유입돼 원화 강세에 일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반도체 업황에 따른 주식 가격 조정, 중국 경기 둔화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금융포커스: 최근 외환시장 점검’을 통해 중국 경기 둔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인해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급등세는 다소 진정된 상황이지만 연준 통화정책 완화 지연, 국내 단기자금시장·회사채시장 불안 심화, 위안화 추세 약세 등 위험 요인이 여전히 산재한 만큼 환율 변동성이 당분간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도 "내년 1분기까지 달러 강세가 지속된 이후 점진적 하향 안정화가 예상되나 물가 재급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경상수지 악화 지속 등 위험요인이 현실화 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