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치 하락 전망에도 외화예금 불티
11월 외화예금 잔액 1073억불 ‘역대 최대’
2023-12-21 김경렬 기자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지난달 거주자 외화예금이 역대 최대 수준까지 늘었다. 기업이 수출입 결제 대금 예치를 늘린 결과로 분석된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 잔액은 1073억9000만 달러로 전월 말 대비 97억4000만 달러 증가했다. 외화예금 잔액은 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난 2012년 6월 이후 역대 최대였다.
외화예금은 최근 3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11월에는 외화예금 증가 폭도 역대 최대로 컸다.
통화별로 달러화 예금 잔액은 11월 말 기준 935억2000만달러로 10월 말보다 87억2000만달러 늘었다. 달러화 예금 역시 잔액 및 전월 대비 증가 폭이 역대 최대였다.
한은 관계자는 “달러화 예금은 기업의 수출입 결제 대금 예치, 외화 유동성 확보 수요 등으로 크게 늘었다”며 “기업이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은행에 달러와 외화예금을 많이 들었는데, 일반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외환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요즘과 같은 달러 가치 하락 국면을 고려하면 이같은 지표는 엇박자다. 원‧달러 환율은 11월 1424.3원에서 1318.8원으로 한 달 새 105.5원(7.41%)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달러의 가치가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투자 심리는 ‘달러가치 상승’에 힘이 실렸다고 보고 있다.
외화예금 잔액은 달러뿐만 아니라 여타 통화에서도 늘었다. 11월 한 달 동안 엔화 예금, 유로화 예금, 위안화 예금 잔액은 각각 3억7만달러, 4억달러, 3억2000만달러 불어났다. 특히 한은은 “유로화 예금은 일부 증권사의 해외 파생거래 관련 증거금 회수, 기업의 현물환 순매수 등 영향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주체별로는 살펴보면 11월 한 달 새 기업예금(928억2000만달러)이 94억4000만달러 증가했고, 개인예금(145억7000만달러)은 3억달러 늘었다.
은행별 외화예금 잔액 추이는 국내은행(979억7000만달러)이 93억8000만달러, 외은지점(94억2000만달러)이 3억6000만달러 각각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