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간부 기내에서 엽기적인 추태

생수로 발 씻기, 물수건으로 발가락 닦기’

2005-09-13     권민경 기자

항공기 기내에서 소변, 승무원 성희롱 등 물의
삼성측 “일시적 정신분열상태로 의도성 없다”

삼성전자 내 디자인연구소에 근무하는 A 부장(40대 후반)이 업무상 출장을 위해 탑승한 지난 9월 10일 런던행 항공기 안에서 상식이하의 추태를 부려 국제적 망신이 일고 있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A씨는 항공기가 이륙하자 양말을 벗어 물수건으로 발가락을 닦고 조리실에서 생수로 발을 씻는 등 추태를 부리다 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뒤 옆 좌석 승객들에게 물을 뿌리고 여승무원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며 성희롱 발언을 하는 등 기내에 공포감과 불쾌감을 유발하다가 승무원들의 강한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이에 개의치 않고 기내식 운반 카트에 양말을 집어던지고 커피 운반 카트에 술을 들이붓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계속했다. 심지어 화장실에 배치된 면도날로 자해하겠다고 위협하며 온갖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승무원들은 탑승객의 안전을 위해 A씨를 포박하고 승무원 휴식공간인 ‘벙커’로 데려갔다.

A씨는 여기에서도 옷을 벗고 급기야 소변까지 보는 등 추태를 멈추지 않았고 결국 런던에 도착한 뒤 영국 경찰에 인계됐다.

당시 항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음주 상태도 아니었고 탑승 전 정신질환으로 의심될 만한 이상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A씨는 런던 병원에서 치료 중에 있다”며 “런던 병원 관계자에 의하면 A씨의 진단결과는 ‘적응장애에 따른 일시적 정신분열’”이라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또 “이전까지 회사 생활에서 이상하다고 여길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어 당황스럽다”고 말하며 “기내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것을 알고 나서 개인 신상에 관해 더 자세히 조사한 결과 신경안정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음을 알았다” 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적 추태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A씨에 대해 삼성측은 “일단 회사입장에서는 당사자의 치료가 우선이라”며 “일시적 잘못을 했지만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극단적 조치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본인 의지와는 무관하게 일어난 ‘정신분열’이라는 현지 의료 전문가들의 소견에 따라 A씨가 국제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영국과 미국, 캐나다 등은 항공사 국적에 따라 타인에게 위해를 초래하는 행위 등의 기내 난동에 대해 엄하게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비난을 면키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