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빚 GDP 2.2배…금리인상에 연쇄부실 우려 고조
민간 부채 3600조 육박...기업대출·부채비율 '급증'
금융지원 단계적 종료 시 자영업자 부실 '경제뇌관'
2022-12-22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올 3분기 국내 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부문의 빚이 3593조에 달했다. 가계부채에 기업부채까지 더한 민간부채 규모는 전체 국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특히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금융부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취약차주를 지원하는 한편, 금융기관 부실 가능성을 방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기업대출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기업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있는데, 금리 인상으로 이자능력까지 약화된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2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기업 부채의 합) 비율은 223.7%로 전분기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민간이 진 부채가 우리나라 경제규모의 2.2배를 훌쩍 뛰어 넘는다는 얘기다.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020년 1분기 200.0%로 처음으로 200%를 돌파한 후 줄곧 200% 수준을 유지해 왔다. 주체별로는 가계가 105.2%로 전분기(105.7%) 보다 0.5%포인트 하락했고, 기업이 118.5%로 전분기(116.6%)대비 1.9%포인트 상승했다. 국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서는 등 가계·기업·정부가 한 해 번 돈 모두 끌어모아도 다 갚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3분기 가계와 기업 부채를 합한 규모는3593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는 1870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 늘었다. 이는 전분기(3.2%) 보다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다.
3분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6.1%로 1분기(169.2%) 대비 3.1%포인트 하락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낮아진 영향이다.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46.2%로 1분기(45.6%) 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가계는 금리인상 등으로 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기업은 회사채 여건 악화 등으로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3분기 명목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118.5%로 1·4분기(115.3%) 대비 3.2%p 상승했다. 기업대출 규모는 3·4분기말 1722조9000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전년동기대비 15% 증가한 것이다. 자본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 여건이 악화되고,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자금수요도 증가한 영향이다.
특히 기업의 부채비율은 2·4분기말 83.1%에 달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년말(80.1%)에 비해 상승했다. 총이자비용 중 영업이익 비율인 이자보상배율도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지난해 8.9배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7.7배로 낮아졌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영업손실 기업 비중은 35.7%로 지난해(35.5%)보다 소폭 상승했다. 다만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과다부채 기업 비중은 2·4분기말 11%로 지난해말(14.6%)보다 하락했다.
이정욱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회사채 시장이 위축하면서 기업대출이 은행으로 몰렸으며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원자재 수입기업의 운전자금 수요가 늘었고 부채의존도가 높은 건설사도 금리인상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났다"며 "회사채는 만기가 3년이지만 대출은 만기가 단기라 차환문제 등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경계해야한다고 생각하며 내년 경기 전망에 따라 기업의 투자수요가 크지 않은 가운데 기업대출이 늘어나는 부분을 조심스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 전반의 채무상환부담은 소득 측면에서 소폭 개선된 반면, 자산 측면에서는 다소 저하됐다"며 "기업의 성장성·수익성은 양호하나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이자지급 능력은 약화됐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으로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은 올 3분기 말 기준 1014조원으로, 연 14.3%의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취약차주, 비은행금융기관 위주로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자영업자 연체율은 0.19%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매출 회복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금융지원정책 효과도 소멸될 경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위험률이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대출의 부실위험 축소를 위해서는 취약차주의 채무재조정을 촉진하고 정상차주에 대한 금융지원조치의 단계적 종료 및 만기일시상환 대출의 분할상환 대출 전환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기관들이 자영업자대출 부실 증가에 대비하여 대손충당금 적립규모를 확대하고 자본을 선제적으로 확충하도록 유도해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