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 코리아] 中企‧소상공인, 공급망‧노동정책 안정화 기대감 확산
내년 경제 악화에도 노동계 향한 강경 스탠스 전망 52시간 근무제 8시간 추가연장근로 일몰 연장 무산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 현장에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정부는 그간 화물연대의 총파업 등으로 발생한 물류난이나 노동계로 기울어진 정책을 개선하고 있다. 이번 정부는 이전과 다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세한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부담은 줄어들 전망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 경기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방면에서 나오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뿐 아니라 내수 시장까지 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동시에 노동계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어 영세 사업자들의 불안감도 고조되는 추세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살펴보면, 정부는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로 예상했다. 지난해 6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전망치(2.5%)보다 0.9%포인트 낮아진 셈이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 등을 통해 2% 미만의 성장률을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소기업계의 공급망 문제는 글로벌과 내수로 나눠진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안정화는 쉽게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초에 발생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앞선 두 국가의 전쟁 종료 시점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세뿐 아니라 수출입까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내수 측면에서는 ‘뜻밖의’ 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올해 국내 공급망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보인 사건은 화물연대의 총파업이다. 연간 두 차례 파업을 펼치며, 국내 공급망 전반을 흔들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두 차례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자동차·철강·석유화학·시멘트·타이어 등 부문별 직접 피해 규모는 5조8000억원에 달한다. 간접 경제손실(4조6000억원)을 더하면 피해 규모가 10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0.52% 수준이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강경대응으로 맞섰다. 국토교통부는 경찰과 올해 6월 25일까지 200일간 건설현장의 불법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인다. 기초·골조 공사를 담당하는 건설 하도급업체들이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지급하는 월례비 관행, 노조의 조합원 가입 강요, 채용 강요 등 과거 사건까지 모두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획일화된 주52시간 근무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공감하고 있다. 작년 말까지 30인 미만의 영세기업들은 8시간 특별연장근로제가 적용돼 주60시간 근로가 허용됐다. 하지만 일몰이 종료돼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납기일을 맞추기 어려울 뿐 아니라 더 많은 급여를 원하는 근로자가 이탈한다는 이유에서다.
중소기업계는 주52시간 근무제에 반발하고 있다.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 자체의 관리 단위를 최소 월‧분기로 확대하면 납기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개선해달라는 의미다.
추가연장근로제의 일몰 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실제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 바 있다. 김창웅 한국건설기계정비협회장은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단체협의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종료돼 중소기업인들이 범법자로 전락하는 사태가 올 경우, 2024년 국회의원 선거때 꼭 표로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지난달 22일 일몰 연장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 법안의 통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에서 일몰 관련 논의가 미뤄졌기 때문이다.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과 묶여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다. 사실상 정쟁으로 법안의 통과가 무산됐다는 뜻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추가연장근로제는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모두 생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로 잡는 과정”이라며 “현장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으로 고통받는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