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전세사기 막는다…세입자 국세 열람 가능해져
국회서 23일 국세징수법 개정안 최종 의결
국세 체납보다 전세금 우선 변제도 가능해져
2022-12-25 이소현 기자
[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내년부터 전세 세입자는 계약 이후 집주인의 동의 없이도 국세 체납액을 열람할 수 있게 된다. 주택이 경매로 넘어간 경우에도 체납된 세금보다 전세보증금을 우선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세징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속칭 '빌라왕 전세사기'와 같은 대규모 피해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세입자가 받은 확정일자보다 법정기일이 늦은 세금은 당해세 배분 예정액을 보증금에 우선 배분받게 된다. 법적인 우선순위는 여전히 국세가 보유하지만 배분 우선순위는 전세금에 먼저 둔다는 뜻이다.
기존에는 주택이 경·공매로 넘어간 경우 집주인이 체납액을 먼저 부담하고 남은 돈으로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게 돼 있다. 세금을 우선 변제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사실상 집주인의 세금을 세입자가 대신 갚아주는 구조가 되면서 이를 악용하는 전세 사기 사례가 발생했다.
임차인은 아울러 임차 개시일까지 임대인의 동의 없이 미납 국세를 열람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제도는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체납 여부를 열람할 수 있도록 규정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개정안은 제 2의 빌라왕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추진됐다. 최근 수도권 빌라와 오피스텔 1139채를 임대하던 김모씨가 사망하면서 세입자들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자본 없이 갭투자로 집을 매입한 전형적인 '깡통전세' 사례가 대수인 데다 피해자의 절반에 가까운 525명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가 여기에 종합부동산세 62억원을 체납한 점도 문제가 됐다.
정부는 이와 관련 빌라왕 피해자 합동 법률지원 전담반을 구성하고 현실적인 피해자 보호 방안 마련에 나선 상태다. 또 김씨의 사망에도 경찰은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지 않고 배후 세력과 공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지속하는 중이다.
한편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청년도약계좌의 과세 특례가 신설됐다. 청년도약계좌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다. 근로·사업 소득이 있는 만 19∼34세 청년이 매달 70만원씩 10년간 저축하면 만기 때 정부가 저축장려금을 보태 1억원의 목돈을 마련해 주는 것이 골자다. 예·적금과 펀드, 국내 상장주식 등을 운용해 발생한 손익을 통산한다. 계좌가 만기 해지될 때 이자·배당소득이 비과세된다.
아울러 납세자가 세무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거부하거나 기피할 때는 5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매길 방침이다. 현행 과태료는 2000만원이었다. 당초 정부는 과태료 한도를 1억원까지 올리려 했으나 국회 합의안에서 한도 5000만원으로 결정됐다.
상용근로소득 간이지급명세서 제출에 대한 세액공제도 신설됐다. 사업자의 간이지급명세서 제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소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연간 300만원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를 해준다. 구체적인 공제 금액과 적용 대상은 상시고용인원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