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5개사 법정관리 개시
경영진 대다수 유임...‘실세’ 김철·현승담 대표 관리인서 제외
2013-10-17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동양그룹 계열사 5곳이 예상을 깨고 모두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이종석 수석부장판사)는 17일 ㈜동양과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의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같은 날 법원 파산3부와 파산4부도 각각 동양네트웍스·동양시멘트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받아들였다.재판부는 동양과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에 대해 이들 3사가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대량으로 발행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점을 감안해 기존 대표이사 이외에 각각 정성수 전 현대자산운용 대표이사, 최정호 전 하나대투증권 전무, 조인철 전 SC제일은행 상무를 공동 관리인으로 선임했다.동양네트웍스에는 내부인사인 김형겸 이사가 관리인으로 선임됐다. 이혜경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실세’ 논란을 빚은 김철 대표이사와 현승담 대표이사는 회생절차에서 배제됐다.재판부는 “회생절차를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재판부는 채권자협의회가 추천한 임행열 전 신한은행 기업영업본부장을 구조조정담당임원(CRO)으로 위촉할 계획이다. CRO는 자금수지상황을 점검해 보고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또 관리인이 기존 오너로부터 독립해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인사·조직관리·구조조정과 관련해 CRO와 사전에 협의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동양시멘트의 경우 관리인을 별도로 선임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종오 현 대표이사가 관리인 역할을 맡고 김인철 전 한국산업은행 이사가 CRO로 위촉될 예정이다.재판부는 동양시멘트의 재정 파탄 원인이 건설업계 불황과 영업부진 등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있다고 보고 관리인 불선임 결정을 내렸다. 통합도산법은 경영진의 재산 유용·은닉이나 중대한 부실경영으로 재정이 파탄 난 경우가 아니면 기존 경영자에게 관리인 역할을 맡기도록 하고 있다.그러나 횡령 등의 행위가 확인되거나 회생절차를 공정하게 진행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제3자 관리인을 선임할 수 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도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작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이들 두 회사가 관계사의 주식을 처분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 구조조정으로 영업이익을 낼 가능성도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재판부는 동양시멘트가 ‘사업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고는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경우’라는 회생절차 개시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1일 만기가 도래한 어음 20억원을 변제할 수 없을 정도로 현금이 부족했고 연말 기준으로 800억원 이상의 유동성 부족이 예상된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또 법정관리 과정에서 소액채권자 대표를 채권자협의회에 참여시키고 자문기관 선정을 지원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그러나 동양증권 노조와 개인투자자들은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결정과 함께 부실에 책임이 있는 대표이사가 그대로 관리인이 된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재정이 비교적 좋은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요청해왔던 동양증권 노조는 17일 법원의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노조측은 “관리인 불 선임 결정은 4만6000여 명에 달하는 선량한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처사”라며 기존관리인유지(DIP)의 제도적 결함을 방조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개인투자자들도 그동안 탄원서나 집회 등을 통해 관리인 선임 과정에서 경영진을 배제해달라고 꾸준히 요청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한 개인투자자는 “기업은 신뢰가 생명인데 신뢰를 잃은 동양 사태의 주범들이 회생관리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