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년 美 경제, 잠재성장률 하회 전망”
개인소비·기업투자 증가폭 축소
2023-12-25 이보라 기자
[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한국은행은 고금리와 고물가 영향으로 내년 미국 경제가 잠재성장률(1.9%)을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미국 경제는 개인소비와 기업투자의 증가폭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택투자는 2022년의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정부지출은 예년 수준을 소폭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전망기관에서는 미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를 하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0.5%, 국제통화기금(IMF)은 1%, 투자은행(69개 은행 중간값)은 0.4%로 관측했다. 일부는 역성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옥스퍼드경제연구소(OEF)와 IHS마킷(Markit)은 각각 -0.4%, -0.2% 역성장을 예상했다.
분기별로는 1∼2분기 중 큰 폭의 성장세 둔화를 보이고 하반기 이후 물가 오름세가 둔화하면서 실질소득 흐름이 개선되면서 성장세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적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경기가 수축국면으로 전환되기 전에 금리 인상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기 수축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금융긴축이 내년 중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증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급격한 통화 긴축기조의 파급효과 및 성장 모멘텀 약화 흐름, 노동수급 균형 회복을 위한 경제적 비용 등을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미국 경제의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평가했다.
한은은 다만 연착륙 양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우선 통화정책 긴축기조 지속에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시장 예상을 상회하고 있는 데다 실업률이 3%대를 유지하는 등 견조한 고용 사정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임금소득이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가계 소비여력 감소를 일부 상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계가 초과저축액 중 일부를 소진했음에도 여전히 상당액을 보유 중이고, 기업도 수익이 양호한 가운데 부채가 예년에 비해 크지 않는 등 경제주체들이 부정적 충격을 일부 흡수할 여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제약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실질임금이 증가로 전환, 가계소비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은 “현재 미국 노동시장 상황 및 민간 부문 경제여건, 향후 물가오름세 둔화의 영향 등을 감안할 때 향후 경기는 완만하게 둔화하는 연착륙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