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겉과 속’ 다른 사회공헌사업 ⓛ한국암웨이

장애인 고용? 돈으로 때워~

2009-09-17     류세나 기자

의무고용 법제화 불구…6년간 장애인고용 ‘제로’ 불명예
고용 대신 과징금으로 ‘의무’ 회피…공헌활동은 ‘쭈~욱’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모든 사람들에게 보다 윤택한 삶을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비전아래 ‘인간존중’, ‘희망’ 등을 기업 이념으로 삼아 온 한국암웨이(대표 박세준)가 기업 안팎으로부터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암웨이는 그간 자사 ‘사회공헌부’를 통해 결식아동 돕기, 장애인 단체 후원 등의 사회공헌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그런데 이 같은 대외활동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정부가 강제하고 있는 ‘장애인 의무고용율’조차 지키지 않아 온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지난 6년간 단 한명의 장애인도 고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국암웨이를 둘러싼 ‘무늬만 사회공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지난 11일 장애인 노동계에 고질병으로 자리 잡은 장애인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을 한명도 고용하지 않은 민간기업 49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한국암웨이,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한일건설(주) 등 8곳의 민간기업이 6년 동안 장애인을 한명도 고용하지 않았는데, 이중 한국암웨이는 해당 기간 동안에도 장애인들을 위한 후원활동을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매년 꾸준한 장애인 후원활동
‘양심의 가책’ 논란까지 불거져

정부는 비장애인에 비해 고용상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는 장애인들의 고용기회를 넓히기 위해 지난 92년부터 일정 수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5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들은 상시근로자의 2%에 해당하는 인원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하며, 이를 어길시 미충원자 1인당 월 51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된다.

노동부에 따르면 한국암웨이는 상시근로자수가 400명인 민간기업으로, 400명의 2%에 해당하는 8명의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한다. 그러나 한국암웨이측은 2003년 1월부터 올해 9월 7일 현재까지 장애인을 전혀 고용하지 않은 채 부과된 의무를 ‘돈’으로 때워 온 것으로 밝혀졌다.반면 장애인복지사업 성적은 ‘중간 이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한국암웨이 박세준 대표는 그간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업이윤 추구는 물론 사회복지에도 뜻이 있음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몇 년 전 한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회사차원에서의 사회공헌활동 외에도 개인적으로 어린이 복지시설과 중증장애인 수용시설 등에서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간의 한국암웨이 사회공헌활동은 홈페이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암웨이는 지난해 10월 말,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과 함께 ‘세상의 빛이 되는 노래’라는 장애인 드림콘서트를 주최했으며, 2007년 10월에는 장애인 재활복지관인 정립회관이 주최하는 전국 장애인 탁구 대회를 후원했다. 또 2005년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히말라야 ‘희망원정대’에 후원사로 참여하기도 했다.당시 한국암웨이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장애인들의 히말라야 등반을 위해 본사 사회공헌팀의 A전무와 B차장이 장애인의 멘토로 참여했다”고 밝혀 장애인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최근 노동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에도 한국암웨이측의 장애인 고용률은 ‘제로’였다.때문에 그간의 한국암웨이가 벌인 후원활동을 알고 있던 장애인인권단체 등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노동부 발표로 다소 충격을 받은 듯한 분위기였다. 몇몇 복지사들은 “장애인 복지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후원에 앞장서더니 장기적으로 장애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의무고용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이냐” “한국암웨이의 ‘진짜’ 실체가 믿기지 않는다” 등의 이야기를 쏟아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 관계자는 “이번에 노동부에 의해 거론된 기업 중 장애인에 대한 고용 의무는 이행하지 않은 채 ‘후원금을 출자했으니 우리 기업은 복지의무를 충분히 다 했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있다면 지금 당장 기업마인드부터 바꿔야할 것”이라며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은 기업이 해야 하는 당연한 활동이지, 장애인의무고용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또 “의무고용제도가 도입되고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제정됐지만 현실에서의 장애인 고용수준은 미미한 실정”이라며 “장애인을 무조건 기피하기에 앞서 ‘장애인도 국민의 한 사람’, ‘보조기기만 지원되면 비장애인과 똑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 등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한국암웨이 한 관계자는 “장애인 관련 행사를 후원하는 것과 장애인을 고용하는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또 장애인단체 후원활동은 해당단체로부터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에 도와줬던 것 뿐”이라고 일축했다.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내부적으로 장애인고용에 대한 문제를 논의 중에 있지만 장애인 고용창출이 꼭 이뤄진다는 확답은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고용’ 논의는 하고 있지만 계획은…”

한편 노동부에 따르면 30대 국내 기업 중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장애인고용률 4.7%(662명)로 장애인 고용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현대자동차(2.65%), 현대중공업(2.60%) 등이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