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 코리아] “수출 만이 살길” 유통街, 해외 사업에 전사 역량 집중
K콘텐츠 글로벌 인기에 진입장벽 뚫렸다…신규 핵심 수출품목 우뚝 유망기업 인수‧현지 공장 증설‧현지화 리뉴얼 등…전략책 각양각색
[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유통업계가 한정된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단순 수출을 넘어 유망 기업을 인수하고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등 현지 인프라 확충에도 적극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국내 식음료 기업들은 유럽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은 자국 정통 음식에 대한 자긍심이 크고, 현지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탄탄해 진입이 어렵다. 전 세계적인 한류열풍으로 K-마케팅에 힘이 실린 가운데, 그간 다져온 식품 관련 기술력을 필두로 초기 진출 장벽을 뚫고 있다.
대상은 원재료 수급의 용이성, 인근 국가로의 접근성 등의 이유로 폴란드를 유럽 시장 개척의 전초기지로 결정했다. 폴란드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후 현지 기업의 생산시설과 유통망을 활용해 종가 김치를 유럽 시장에 우선 공급하고, 2024년 폴란드 신규 공장을 준공해 본격적으로 김치 생산량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완공까지 약 150억여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연간 3000t 이상의 김치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시장의 ‘비비고 만두’ 성공 경험을 토대로, 올해부터 유럽시장 내 경쟁력을 본격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CJ제일제당의 해외사업 수익 절반 이상은 미국에서 나온다. 지난해 식품 업계 최초로 해외 식품사업으로만 4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유럽 시장 매출은 약 6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해 개최한 ‘유럽 중장기 성장 전략 회의’를 통해 유럽 시장 식품사업 매출을 2027년까지 5000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단 구체적 목표치를 제시했다.
지난해 5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인 영국 법인을 설립했으며, 2018년 인수한 독일 냉동식품기업 마인프로스트와 올해 초 준공한 ‘글로벌 생산→글로벌 수출’ 첫 모델인 베트남 키즈나 공장 등의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유럽 현지 소비자와 접점이 많은 다양한 플랫폼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비비고 제품을 제공하고 소비 트렌드에 대한 데이터도 축적해 신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오리온은 베트남 법인은 그룹 성장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리온 베트남 법인의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단순 합산 기준 누적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한 4067억원에 달한다. 현지 진출 11년 만인 2016년 연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2020년에는 3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누적매출액만으로도 전년 연간매출액인 3414억원을 훌쩍 뛰어넘으며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현지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생감자스낵의 수요가 늘고 있는 점에 착안해, 스낵 전용 매대를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규 거래처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대량 구매 수요가 큰 B2B 판매를 추진하는 등 영업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판매량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하노이 공장에 생산동을 신축하고 호치민 공장을 증축할 계획이며, 제 3공장 건립도 추진 중에 있다.
오리온은 ‘빅 마켓’으로 꼽히는 중국의 강력한 방역 정책이 완화되자, ‘위안(¥) 파워’를 겨냥한 각종 전략을 재수립 중이다. 특히 ‘춘절’ 성수기를 앞두고 현지 문화를 반영한 선물세트를 예년보다 빠르게 출시했다. 춘절은 한국의 설날과 개념이 비슷한 중국 문화권의 가장 큰 명절이다. 중국에서 한 해 중 가장 많은 유동인구와 소비가 발생하는 시기로, 지역에 따라 보름에서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곳도 있어, 전 세계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장사 대목이다. 해외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스낵류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KGC인삼공사는 해외 주력시장인 중화권을 필두로 미국, 일본, 동남아 등 제품중심의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현지화 중심의 판촉 및 제품 개발로 향후 꾸준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해외사업 매출은 전체의 약 12.1%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수출은 자동차, 조선주, 반도체 등이 이끌었지만 K-콘텐츠의 글로벌화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비약적으로 커져 식품사업도 수출 핵심 축으로 올라섰다”며 “무엇보다 ‘먹는 입’이 줄어든 국내 여건상 사업장 규모의 확대가 절실해, 자본력과 해외 법인 등 인프라를 갖춘 식품 대기업들은 해외 진출에 비용 및 인력 투자를 적극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