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결산]상저하고 전망 뒤바꾼 러시아 전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중국 제로코로나·주요국 통화 긴축이 경기침체 원인
반도체는 내년 업황도 밝지 않아…종전 또는 인플레 완화 후 금리인하 시점 주목
2022-12-26 여이레 기자
[매일일보 여이레 기자]올해 한국 경제에서 예견됐던 ‘상저하고’ 전망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이후 지워졌다. 상저하고는 수출 1등 품목인 반도체 산업 시황을 필두로 당초 국내 경제 전반에 예견됐으나 전쟁 변수가 가로막았다. 여기에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주요국 통화 긴축도 경기 하방 압력을 더해 내년 경기회복 가능성을 가늠할 소재가 될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 2월 특별 군사작전 개시 명령을 선언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올 초 러시아에 직접 진출한 우리 기업은 150여곳으로 집계됐었다. 서방 국가들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 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러시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우리 기업들의 피해도 불가피했다.
상승이 기대됐던 하반기 반도체 수요는 전쟁발 인플레 등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되며 오히려 하락했다. 내년 상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 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 급감으로 인해 지난 11월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축인 수출은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달 603억3000만달러보다 14.0% 감소한 519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반도체 부문 수출은 무려 29.8%나 줄었다.
특히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지난달 반도체 대중국 수출액은 27억7000만달러로 36.1% 줄었다. 전체 대중 수출도 지난달까지 6개월째 감소했다.
한국은행의 계속된 금리 인상도 기업 실적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3.25%로 조정했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올들어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했다.
최근 중국은 위드코로나로 전환해 수출업계의 시름도 덜어질지 주목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 중 내수용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봉쇄 완화는 우리나라 수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봉쇄 여부가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을 고려하면 대중국 수출 측면에선 석유제품이 가장 먼저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봉쇄 해제 이후 확진자나 관련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어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은 완화세를 보인다. 업계는 내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종결되거나 물가 안정세가 이어진 후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당겨질지 주시하고 있다.
한편, 반도체가 주춤한 사이 또다른 수출 주력 품목인 자동차는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의 전환에 성공적인 모습이다. 올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된 아이오닉5, EV6, GV60, 아이오닉 6 등을 앞세워 글로벌 전기차 3강 체제 구축에 성공했다.
해운업과 조선업계, 방산업계 등은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군사 긴장 고조가 유리하게 작용해 경기 하강 국면의 완충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