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저축은행 내부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발생한 저축은행 횡령 사고는 총 5건이다. 총 횡령금액만 161억원에 달한다. 앞서 금융당국이 횡령 사고 예방을 위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했지만, 제 기능을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6일 저축은행 업계 따르면 올해 발생한 내부 횡령 사건은 총 5건, 횡령 규모는 161억원으로 추산된다. KB저축은행(94억원)과 모아저축은행(54억원), 페퍼저축은행(3억원), OK저축은행(2억원) 등에 이어 가장 최근에는 업계 5위권인 한국투자저축은행에서 8억원대의 직원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직원은 위탁매매팀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해왔다. 수개월에 걸쳐 대출금 8억원 가량을 조금씩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 직원이 담당 부서에서 대출 승인이 떨어지면 금액을 조금씩 나눠 입금하는 업무를 하면서, 송금할 때마다 일부를 빼돌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이 같은 횡령 사고를 확인해 내용을 살펴본 뒤 추후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저축은행 내부 횡령은 이제 업계 ‘단골 소재’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올해 8월까지 금융권에서 181명의 임직원이 1192억39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를 보면 저축은행은 횡령 직원 수로는 8명에 그쳤지만, 규모로는 은행(907억4010만원)에 이어 149억7140만원을 기록해 전 금융권 통틀어 두 번째로 많다.
금융권 횡령 사건은 환수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최근 6년여간 금융회사 임직원이 1000억원을 넘게 횡령했지만 환수율은 32%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를 제외하고도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횡령액 401억 4800만원 중 127억 800만원만 환수돼 환수율은 31.7%에 그쳤다.
금융감독원 역시 미흡한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3일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혁신안은 올해 10월 초 은행 및 중소서민금융(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상호금융) 업권과 함께 마련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운영 개선과제’의 은행권 관련 내용을 구체화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사고 위험 직원의 순환 근무·명령 휴가제·직무 분리 등 취약 부문에 대한 통제 기능 강화를 골자로 한다.
그러나 법규 개정 권한이 없는 금감원의 조직 특성상 금융사들의 자율적인 내부통제 기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내부통제 강화를 얼마나 잘 지키느냐가 관건인데 강제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금융회사의 자율성에 일정 부분 기댈 수밖에 없는 부분이어서다. 내부통제에 대한 경영진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빠져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겠냐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