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 코리아]삼성전자·SK하이닉스, 기술·조직력으로 ‘반도체 겨울’ 이겨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조직개편 단행
불확실성 높아진 중국 반도체 의존도 줄이고 HBM 등 혁신 반도체로 시장 공략
2023-01-01 여이레 기자
[매일일보 여이레 기자]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술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겨울’을 이겨나간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중국 의존도는 줄여나가고 혁신 반도체 기술력을 필두로 시장 선점에 나선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새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새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작년보다 3.6%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먹거리인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올해 16.2%나 줄어들 전망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도 메모리 가격 폭락으로 올해 반도체 매출이 작년 대비 5%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는 임원인사에 이어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글로벌 위기에 대응해나가고 있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은 TSP 총괄 산하에 ‘어드밴스드 패키지팀’을 신설했다. TSP 총괄은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패키지 개발부터 양산·테스트·제품 출하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어드밴스드 패키지팀 신설과 함께 후공정 부문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TSP 총괄에는 이규열 부사장이 선임됐다.
SK하이닉스는 경영판단의 스피드와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의사결정 체계를 축소했다. 이어 미래전략 산하에 ‘글로벌전략’을 신설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각국의 정책 변화를 점검하고 새로운 전략을 구상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또 해외영업과 마케팅 부문을 둘로 분리해 전문성을 높였다. GSM(글로벌 세일즈&마케팅) 조직을 해외영업을 맡는 ‘글로벌 세일스’와 ‘마케팅·상품기획’으로 크게 양분하고 미주 조직을 맡았던 김주선 담당이 GSM을 이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부터 ‘다운턴(반도체 침체기)TF’를 구성하고 단기 경영환경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빠르게 줄이며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고 있다. 양 사는 영업사무소도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전하고 중국 시장의 생산시설과 판매량을 미국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20년에 걸쳐 미국 텍사스주 반도체 공장 설립에 약 2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현지 주 정부에 제출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도 강화된 미국의 중국 반도체 장비 반입 제재에 대해 최악의 경우 공장 매각, 장비 매각 및 한국으로의 반출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출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양 사의 미국 시장 매출도 순항 중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미국 시장 매출은 2분기에 비해 15억달러 증가했으며, SK하이닉스는 2분기에 비해 7억달러 증가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력 메모리 D램 부문에서 비(非)메모리 반도체 영역으로 여겨지던 ‘연산’ 기능을 탑재한 혁신 제품을 쏟아내며 기술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D램인 HBM(고대역폭메모리)으로 시장 선점에 나섰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집적도와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인 HBM은 AI, 슈퍼컴퓨터, 고성능 서버 등에 들어가 있는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4세대 제품인 ‘HBM3’ 공급을 시작했고 삼성전자도 HBM 메모리에 연산 기능을 하는 AI 프로세서를 탑재한 ‘HBM-PIM’을 선보였다.
4세대 HBM 3, PIM(지능형 메모리), DDR5, GDDR(그래픽 더블 데이터 레이트) 6,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제품 발표는 현재 진행형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1초당 8Gb 동작속도를 구현하는 세계 최고속 수준의 서버용 D램 ‘DDR5 MCR DIMM’의 샘플도 개발했다. 이번 제품은 동작 속도가 1초당 8Gb 이상으로 1초당 4.8Gb인 서버용 DDR5보다 속도가 80% 넘게 빨라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고대역폭 제품인 HBM3와 DDR5·LPDDR5 등 D램 최신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라며 “장기 성장성 측면에서 회사의 입지가 확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역시 세계 첫 12나노 D램을 개발, 반도체 기술력의 한계를 또 한번 뛰어넘었다. 이주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부사장)은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D램은 본격적인 DDR5 시장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제품은 뛰어난 성능과 높은 전력 효율로 고객의 지속가능한 경영 환경을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