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한파]유럽, IRA 맞대응에 철강도 비상등

유럽 CBAM 2026년 시행… IRA 이은 보호무역 성격 국내 고로 비중 전기로 2배… 생산비 급증 불가피 친환경 제철공법 보급 확대 등 경쟁력 강화 시급

2023-12-27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국내 철강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유럽판 IRA’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이 예고되면서다. 고로 비중이 높은 국내 철강업계는 저탄소 생산구조 전환에 속도를 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들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맞대응 성격인 CBAM에 곤혹스런 처지다. 우리나라 대(對) 유럽연합(EU) 수출규모로 볼 때 철강 부문이 CBAM 시행에 따른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지난해 철강 업종의 EU 수출액은 43억달러로 CBAM 적용 품목 중 가장 컸다. 이어 알루미늄(5억달러), 비료(480만달러), 시멘트(140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CBAM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EU로 수출하는 경우 제품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 추정치를 EU 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동해 일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조치다. EU는 2026년부터 CBAM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탄소 배출이 많은 고로(용광로) 비중이 높은 점도 우려 요소다. 국내 고로 대 전기로 비중은 68 대 32에 달한다. 탄소 감축에 드는 국내 생산비가 급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U는 59 대 41 수준으로, 이미 EU 기업들은 높은 수준의 친환경 생산능력 갖췄다는 평가다. 더불어 생산비 증가뿐 아니라 탄소배출량 인증 과정에서 드는 부수적인 행정비용도 국내 기업에 부담이 된다. 국내 철강사들은 ‘2050 탄소중립’ 비전 달성을 위해 여러 대책을 발표한 바 있지만, 2026년 CBAM 시행에 따라 보다 가시적인 성과 지표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실증 과제로는 ‘꿈의 철강’으로 불리는 수소환원제철 공정 개발이 꼽힌다. 이 기술은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한다. 정부는 철강업계와 2026년부터 해당 기술 실증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25년까지 3년간 관련 기초기술 지원에 269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고로 제철소의 탄소저감을 위한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보급 역시 정부와 업계가 힘을 합쳐야 할 핵심으로 지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산업의 저탄소화를 위한 정책이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크게 의존하는 형국”이라면서 “철강사들은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고철(철스크랩) 사용량과 전기로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미 IRA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하는 제도다. 이는 CBAM과 마찬가지로 보호무역의 성격을 지닌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