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 코리아] 끝 향해 가는 긴축… 韓美 연내 금리인상 가속페달서 발 뗀다
올해 인플레 정점 온다..."하반기 통화정책 정상화"
"경기둔화도 고려할 때"...한미 긴축 속도조절 예고
2024-01-02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고물가에 신음하던 2022년이 지나갔다. 계묘년 새해에는 물가가 정점을 찍고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도 올해부터 긴축 속도를 서서히 낮추는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은은 올해 세계 경제가 주요국 긴축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특히 미국과 유로지역에서 이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2일 한은의 ‘2023 글로벌 경제여건 및 국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 내외로 지난해 수준(3%초반대)을 상당폭 하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올해 0%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유로지역은 -1%대 역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중국은 리오프닝 효과로 5%대 성장률이 전망됐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각국 중앙은행의 목표치는 상회할 전망이지만 점차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승률이 둔화됨에 따라 세계 주요국의 긴축도 속도 조절에 나설 전망이다.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상반기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이상 올려 최종 금리를 5% 위에서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인상폭은 2월 혹은 3월 0.25%포인트로 축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주영 한은 운용전략팀 과장은 “지난해 빠르게 정책금리를 올린 만큼 통화정책 긴축의 누적효과 및 정책파급 시차를 고려할 필요가 있고, 올해 중 인플레이션도 점차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종 정책금리 수준은 주요국 여건에 따라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최근 들어 한은이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하면서도,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부작용, 경기 침체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올해 초까지 5% 내외의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하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통화정책 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조정과 이에 따른 금융안정 저하 가능성, 우리 경제 각 부문에 미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에 대해 각별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또 올해 경기에 대해서는 "상반기에는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했는데, 경기침체로 가느냐, 아니냐 하는 경계선에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기준금리 3.5% 전망은 전제가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며 "기준금리 3.5%를 예상한 것은 11월 금통위 당시 금통위원들의 의견으로 소통의 차원이지 약속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물가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가 경기나 부동산 시장, 금융안정 상황 등에 따라 일부 수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이 점차 꺾일 거라는 관측을 대변하는 경제지표 속속 나오면서 미 연준도 올해 긴축 속도조절에 나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작년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7.1%로, 10월(7.7%)보다 0.6%포인트(p) 떨어졌다. 이는 2021년 12월 이후 최소폭 상승으로,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7.3%)도 하회했다.연준이 주시하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또 떨어졌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1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5.5% 상승하는데 그치며. 직전월인 10월 당시 상승률(6.1%)보다 낮았다. 5%대로 진입하면서 2021년 10월 이후 최소 상승 폭을 기록했다.
CPI가 최소 폭 상승한데 이어 PCE 가격지수까지 둔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관측은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에 연준의 긴축 속도조절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폭을 두고 자이언트스텝이 아닌 빅스텝을 단행했고, 올해 2월에는 베이비스텝으로 또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이 올해 9월까지 금리를 4.75~5.00%로 유지한 이후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김대석 한은 운용전략팀 과장은 "주요국 국채금리는 중앙은행 긴축 사이클 종료시까지는 높은 인플 레이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상승 가능성이 있으나 긴축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이후에는 하락 반전하거나 상승세가 제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