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직원들, 경쟁사로 떠난다
진로 출신 장인수 대표 오비맥주로 옮긴 후 친정에 ‘비수’
2013-10-17 김형석 기자
[매일일보 김형석 기자] 하이트진로 판촉영업사원(MD, Merchandiser)이던 A씨는 최근 경쟁사인 롯데주류로 이직했다.올해부터 소주와 맥주를 같이 영업해야 돼 일이 두 배로 는 것도 있지만 이직의 가장 큰 이유는 하이트진로에서는 정규직 전환이 어렵기 때문이다.A씨 이외에도 업무 성과가 좋은 B씨도 지점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시험을 보고 있지만 번번히 떨어지고 있어 오비맥주나 아사히, 삿포로 등 다른 경쟁사로의 이직을 준비 중이다.통칭 주류 MD로 불리는 직업은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다. 하지만 하이트진로에서는 정규직 전환이 매우 힘들다는 것이 MD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반해 롯데주류를 비롯해 타 주류업체의 MD 정규직 전환은 상대적으로 쉽고 대우가 좋다.16일 A씨에 따르면 자신뿐만 아니라 하이트진로에서 근무하던 MD를 비롯한 사원들이 타 경쟁업체로 이직하는 경우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하이트진로 MD들과 마켓레이디로 불리는 ML들은 전부 위탁·도급·파견 업체인 제일비엠시로부터 고용된다.하지만 MD들과 ML들은 제일비엠시 소속에서 하이트진로 소속으로 변경하는 정규직 전환이 매우 어렵다. 1년에 한 번 시험을 통해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지만 업계에선 10명 중 1명도 전환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반면 롯데주류는 계약직 MD를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해 준다. 맥주 경쟁사인 오비맥주는 생맥주 관리 MD들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하이트진로의 인재 손실은 영업 일선뿐만 아니라 임원들의 손실도 컸다.업계에 따르면 2005년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할 당시 오비맥주, 롯데주류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가장 두려워 한 부분은 진로가 수십 년 동안 구축한 전국 영업망을 하이트맥주가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진로 영업 직원들은 일명 ‘주류 사관학교’ 불릴 정도로 유명했다.하지만 새로 출범한 하이트진로가 올해 들어서야 일선까지 맥주·소주 영업망을 통합에 불협화음이 지속되자 경쟁사들이 진로 인사를 앞 다퉈 스카우트했다.대표적 인사로는 1992년 진로에 입사해 기획조정실 부장, 마케팅 상무, 전무, 영업본부장 부사장 등을 거친 한기선 두산중공업 사장이다. 한기선 사장은 1998년 소주 브랜드 ‘참이슬’로 진로의 시장점유율을 1년 만에 30%선에서 40%대로 끌어올린 인사였다.하지만 그는 2002년 초 경쟁사인 오비맥주 영업총괄 수석부사장으로 이직한 뒤 2004년에는 두산 주류BG 마케팅담당 부사장을 거쳐 두산 주류의 사장으로 부임해 허관만 상무와 오장환 상무 등을 영입하고 참이슬을 위협하는 ‘처음처럼’의 성공신화를 이끌었다.이 밖에도 진로 영업담당 임원을 거쳐 하이트주조와 하이트주정 대표이사를 지낸 장인수씨는 현재 오비맥주 대표이사로 활약하면서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을 15년 만에 넘어섰다.10월 현재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은 오비맥주는 하이트진로에 20%포인트까지 앞서고 있다.한편 한국주류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맥주 출고량은 8283만상자(500ml·20병)로 국내 맥주 시장에서 43%를 차지했고 경쟁사인 오비맥주는 1억592만상자를 출고해 전체시장의 56%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발표된 4월까지 자료에서는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각각 39%, 60%를 차지해 양사의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하이트진로 한 영업직원은 “주류업계자체가 이직이 많은 직업”이라면서도 “점유율 하락으로 점점 더 성과를 내기가 어려워지고 있고 소주·맥주 통합 영업과 전산시스템의 변화가 익숙해 지는 데는 시간이 좀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