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사면되면서 야권 지형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복권 없는 사면'으로 피선거권을 회복하지 못함에 따라 당장 직접적인 정치 활동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그간 구심점이 없던 친문(친문재인)계가 김 전 지사 중심으로 결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지사는 이날 0시 마산교도소를 출소한 뒤 사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전 지사는 "이번 사면은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은 셈"이라며 "원치 않았던 선물이라 고맙다고 할 수도 없고, 돌려보내고 싶어도 돌려보낼 방법이 전혀 없었다. 결론적으로 보낸 쪽이나 받은 쪽이나 지켜보는 쪽이나 모두 난감하고 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는데 통합은 이런 일방통행, 우격다짐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이 훨씬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고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앞으로의 정치 활동에 대한 부분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가 복권 없이 사면되면서 2024년 총선과 2027년 대통령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게 됐지만, 당내 친문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유효한 상황이다. 실제 이날 김 전 지사의 출소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영배 의원을 비롯한 친문계와 민홍철, 김정호(경남 김해을) 의원 등 경남 지역 의원들이 마중 나오면서 그가 '친문 적자'임을 재확인했다.
다만 현재 검찰이 이재영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물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당내 '단일대오' 기류가 강한 상황이다. 때문에 김 전 지사가 이 대표 등 친명계와 별도 노선을 구축할 가능성은 적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 전 지사와 민주당이 이번 사면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위한 '들러리 사면'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혀 온 만큼, 김 전 지사는 향후 정치 지형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활동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