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기 어두워 법인세 인하 효과 미미할 듯
국회, 법인세 인하 담은 증여세에 관한 세법개정안 통과 산업 전망 지수 부진 전망에 기업들 감원·채용동결하는 형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법인세 인하, 산업별로 특화해야”
[매일일보 박효길 기자]국회의 법인세 인하 통과에도 불구하고 내년 경제 침체 불안이 짙어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법인세법·소득세법·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등 내년도 예산안 부수법안 19건이 진통 끝에 의결됐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내년 산업 전망 지수가 부진하다. 이에 기업들도 감원 및 채용을 동결하는 형편이다. 때문에 법인세 인하 효과도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내년 경제산업전망 보고서에서 부정적 견해를 보탰다. 내년 수출이 전년 대비 3.1%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다. 원·부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과 원화 약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제고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위축과 반도체산업 부진 심화 등의 악영향이 클 것으로 봤다.
산업계 일각은 법인세를 일괄적으로 내리는 것보다 효과가 나타날 분야를 선별해 혜택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지난 21일 오후 대한상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인세 인하에 대해 “무차별적인 법인세 인하는 효과적이지 않다”라고 밝혔다. 그는 “옛날처럼 획일적 정책이 아니라 산업별로 특화해야 한다”라며 “대한민국이 어떤 산업을 키울거냐, 이 거에 따라 맞춤형 형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모든 산업을 다 똑같이 취급하는 건 우리나라만 있는 일”이라며 “꼭 반도체나 배터리가 아니어도 우주·항공이든 의료든 우리가 전략적으로 키우는 산업에서 다른 나라와의 경쟁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이라고 덧붙였다.
중견기업계도 더 많은 법인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28일 ‘규제·애로 개선과제 100선’을 통해 “2020년 기준 중견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8.3%,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18.0%”라며 “투자, 고용, 연구개발(R&D) 촉진을 위해 법인세 추가 인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세제 지원 범위를 매출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에서 전체 중견기업으로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에 통과한 법인세법 개정안은 모든 연간 영업이익 3000억원 이상 대기업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포함, 과표구간 세율을 1%포인트(p)씩 낮추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법인세율은 영리법인 기준 과세표준 △‘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3000억원 이하’ 22% △‘3000억원 초과’ 25% 등으로 나뉘어 있다. 세율이 1%p씩 낮아지면서 앞으로 각각 9%, 19%, 21%, 24%의 세율을 적용하게 된다.
앞서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재 25%에서 22%로 3%p 인하 등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여야 협의 과정에서 법인세율은 현행 과세표준 구간별로 세율을 1%p씩만 내리는 방향으로 타협이 이뤄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세제 개편안이 정부가 구상한 대로 다 통과되지 못해서 정말 아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며 “법인세 체계 개편은 아니더라도 국내외 경기 상황과 세수 흐름을 보면서 투자 부담을 줄이고 바로 투자를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