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 코리아] "제3의 중도정당으로 거대 양당체제 넘어서야"
연동형 비례대표제 보완·소선거구제 폐지 등 선거개혁 필요
"양당 체체 대결 구도, 다당 체제 경쟁 구도로 바꾸는 게 핵심"
2024-01-01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문장원 기자] 지난 70년 넘도록 한국 정치는 거대 양당 체제를 공고하게 쌓아왔다. 그 때문에 주요 선거 때마다 대결과 대립의 정치를 겪는 국민들은 다당체제에 대한 요구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원내 제3당 지위를 얻게 된 것도 이러한 민심이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이후 여의도는 다시 거대 양당 체제로 회귀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진영을 넘어선' 중도 성향의 제3지대 정당이 출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일 <매일일보>와 인터뷰를 한 전문가들은 '거대 양당 체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선거개혁을 통해 다당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수 정당의 국회 입성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좀 더 다양한 민의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는 "선거법 개정의 핵심 방향은 국회를 양당 체제의 대결 구도가 아니라 다당 체제의 경쟁 구도로 바꾸는 데 있다"며 "소선거구제를 대폭 축소 또는 폐지하고 중대선거구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 동시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원칙 그대로 도입하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정수도 100명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회가 다양한 정치세력의 치열한 토론과 협상의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도 "소수 정당에 대한 정치적 운신 폭을 보장하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보완해 공룡 정당의 위성 정당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며 "또 중대선거구제 및 권역별 석패율제 및 비례대표 명부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전문가들 상당수는 이러한 선거제도 개혁이 중도 성향의 제3당의 출현으로 수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이제는 중도층이 목소리와 영향력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며 "거대 양당에 의해 대한민국 정치가 좌지우지되는 폐해를 극복하고 양 정당에 휘둘리지 않는 중간 지대, 중도층의 지지를 받는 제3의 정당이 등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기존 기득권 정치인들의 정당과 차별화된 신생 정당들이 정치판을 흔들어놓고 국민들이 새로운 정당을 지지할 때만이 기존 정당도 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며 "기존의 식상한 계급 투쟁적 이념 정당이 아닌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형식의 정당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에도 이탈리아의 오성운동이나 그리스의 시리자, 스페인의 포데모스, 프랑스의 앙마르슈 등과 같은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당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다만 제3당의 출현을 위한 선거개혁이 현재 거대 양당의 손에 결정되는 모순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나 불가능해 보인다. 지역주의 정당의 폐해를 타파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거대 양당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의미 있는 의석수를 갖는 제3정당의 등장을 거대 양당이 반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도 "선거법을 개정해 소선거구제를 폐지한다거나 득표력을 감안한 명실상부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다시 할 검토해야 하는데 거대 양당은 당연히 반대할 것"이라며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모순이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행 양당 체제가 오히려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의견도 있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양당제는 거의 필연적이지만 양당제를 고착하도록 만든 주체는 바로 우리 유권자라는 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인위적'으로 양당제를 다당제로 바꾸는 것은 오히려 유권자들의 선택을 거스르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신 교수는 우려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에 따르면 미국은 수백 개의 정당이 있지만 상하 양원 의원들은 민주당 아니면 공화당인 전형적이 양당구조다. 다만 양당 구도의 선택도 국민의 선택으로 굳이 소수당의 국회 입성을 위해서 선거법 등 관련 법안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은 오히려 민의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황 평론가는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