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 코리아] "당리당략 뛰어 넘는 정치 개혁…결국 협치로 나아가야"
매일일보, '한국 정치가 나아갈 방향' 정치 전문가 8인 인터뷰
'제왕적 대통령제' 대안으로 평가…"선거제도 개혁도 함께"
"기득권 정치세력 성찰·혁신 필요…'진영 대결' 타파해야"
2023-01-01 조현정 기자
[매일일보 조현정 기자]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 들어 여야 관계가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협치' 보다 정쟁에 집중하는 모습을 지적하며 한국 정치 문제의 원인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와 '거대 양당 체제'를 꼽았다. 대통령 권력 중심으로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이 5년을 바꿔가며 정쟁과 대결의 정치를 반복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선 당리당략을 뛰어넘어 개헌을 통해 권력 구조를 바꾸는 것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1일 <매일일보>가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맞아 '한국 정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정치 분야 전문가들 8명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제왕적 대통령제'와 '거대 양당 체제' 극복이 가장 큰 공감대를 이뤘다. 이와 함께 내년 22대 총선을 '양당 체제의 종언'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도 빠지지 않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언제까지 대통령 권력이나 의회 권력을 교체하는 수준에서 한국 정치가 머물 수는 없는 일"이라며 기성 기득권 정치세력의 성찰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헌이 어렵더라도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내 국회에 다양한 정치세력이 경쟁하고 협력하는 '다원적 정당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선거 때마다 기호 1번, 2번이 모든 정치 권력을 나눠 먹기 하는 구태를 반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정치권 변화로는 '진영 대결'을 타파하려는 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권력만 쥐면, 또는 의회 권력만 장악하면 상대편을 공격하고 비난하고 '네 탓'하는 대결의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21대 국회처럼 지나치게 한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이 지금처럼 지나치게 많은 의석을 갖고 독주하게 되면 민주주의를 해치게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동안 정치권을 비롯해 학계에서는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된 만큼 전문가들은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로 개헌이 필수라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개헌 논의가 '정국 전환용' 카드로 소비되면서 국민 신뢰를 잃어버린 점이 어려움으로 작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정치 개혁은 없었다"며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회의원 중선거구제, 석패율 명부제,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의 정당 공천을 배제하는 등 각각 개헌 목적과 세 가지 전국 선거 동시 실시 방안 등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개헌 방향성에 대해 '기본권 보장'과 '탈이념' 등을 꼽았다. 그는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로 변경하는 획기적인 권력 구조 개편 없이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은 8년짜리 대통령을 맞이할 수 있어 권력의 집중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중요한 방향은 고도로 집중화된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해야 하고, 21세기에 맞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 두 축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개헌을 주창하는 정치인들에게 진정성이 없다"며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말 지지율 하락 반전 카드로 개헌을 언급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개헌 논의가 불 붙기 위해서는 하향식 논의가 아닌 상향식, 즉 국민들이 정치권을 압박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때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문가들은 '거대 양당 체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선 선거 개혁을 통해 다당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수 정당의 국회 입성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더 다양한 민의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국회의원의 권력을 최소화하는 지위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국회의원 면책 특권과 불체포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폐지 실행 가능성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지만, 부정적인 여론으로 인해 면책특권도 다소 줄어들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특권 폐지도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