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 눌렸던 韓경제…올해 1%대 저성장 '경기침체 터널' 진입

가계빚·취약계층·부동산 경착륙 가능성 등 악재 산적 수출전선 '비상' 내수도 '침체'..."금융위기급 불안감"

2023-01-03     이광표 기자
올해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지난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위기로 신음했던 한국 경제가 올해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일거란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 경기 위축으로 한국 경제 핵심 동력인 수출이 흔들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살아나는 듯했던 내수도 올해 침체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서민 고통을 가중하는 고물가 상황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될거란 암울한 전망이 제기된다. 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에 따르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재부는 1.6%, 한은은 1.7%,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8%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했던 시기는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0.8%),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등 대형위기를 맞았을 때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경제가 대형위기에 못지않게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으로 예상되는 셈이다. 특히 한국 경제의 올해 가장 큰 걱정거리는 수출 전선이다. 수출 부진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작년 무역적자는 472억달러(약 60조원)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연간 적자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적자 규모도 외환위기 때를 넘어 역대 최대를 찍었다. 월간으로 보면 수출은 지난달까지 석 달 연속 감소했다. 특히 주력 품목인 반도체 등의 수출이 큰 폭으로 흔들렸다. 정부는 올해도 수출이 전년보다 4.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감소는 생산 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생산 동향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 통계인 작년 1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이 전월보다 0.1% 늘었지만 반도체 생산은 11.0% 급감했다. 올해 세계 경기 침체가 예고된 상황이라 수출 부진과 이에 따른 생산 부진 흐름은 올해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소비, 투자 등 내수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살아나는 듯했던 소비는 작년 11월 기준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했다. 올해도 5% 안팎의 고물가가 당분간 지속되고 고금리 상황도 이어지기에 가계가 소비를 늘리기가 쉽지 않다. 경기 하강 국면에서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5% 수준의 고물가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장기 저금리시대가 남긴 가계부채와 자영업·취약계층의 부채,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영끌족의 연쇄 도산 등 우리 경제의 위험 요소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작년 한 해 물가가 5.1%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7.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초부터 전기·가스 요금과 시내버스·지하철 요금 인상 등이 줄줄이 예정돼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불안 등으로 물가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은 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대세론으로 자리 잡았다. 물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금리 상승 등 긴축국면도 길어져 현재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는 물론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소규모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가계가 흔들리고 부동산 시장의 충격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가계가 짊어진 빚의 규모를 말하는 가계신용은 지난 9월말 기준 1870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에 달했고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가계·영끌족들의 이자 부담은 이미 한계치에 달한 상황이다. 올해 정부는 이처럼 산적한 위험요인을 철저하게 관리하면서 취약계층 지원, 수출산업 육성, 규제 혁파 등을 적극 추진해 위기에 버금가는 경기 부진을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금융·부동산 시장 등 거시경제 리스크 요인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며 "생활물가 안정을 통한 생계비 경감,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사회 안전망 확충 등을 통해 민생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올해 통화정책을 물가안정에 중점을 둘 것이라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춰야 하고, 고금리 환경도 높은 가계부채 수준을 낮추고 부채 구조를 개선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