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띄운 중대선거구제…'비례대표 확대·보완' 논의 병행해야
'복수공천' 허용하면 거대 양당제 더 심화…'다당제' 요원
전문가들 "비례대표 정수 확대 및 권역별비례대표제도 논의해야"
2023-01-04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문장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띄운 중대선거구제에 여야는 우선 '신중론' 속에 거리를 두고 논의한다는 입장인 가운데 중대선거구제만으로는 '다당제'를 이뤄내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정당 복수 공천을 허용한 중대선거구제는 현재 거대 양당 체제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전문가들이 권역별비례대표제 도입 등 비례대표제 보완도 논의해야 다당제라는 목적에 더 부합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논의는 해본다'는 수준으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과의 긴급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전반적으로 소선거구제가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됐다"며 "중대선거구제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다. 장단점을 충분히 숙지한 다음 최종적으로 정개특위 위원들의 의견을 정하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 이후 질의응답에서 "지금은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이라 개인적 의견이라도 쉽게 말하는 건 적절치 않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중대선거구제는 현행 지역구를 통합·조정해 선거구의 유권자 규모를 늘린 뒤 한 지역구에서 2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보통 2~4명을 뽑으면 중선거구, 5인 이상은 대선거구로 분류한다. 중대선거구제의 장점은 첫째가 다당제 유도 효과다. 지지도가 취약한 소수 정당도 당선인을 낼 수 있어 결과적으로 정책경쟁이 이뤄지고 지역주의 완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사표를 줄여 대표성을 높이기도 한다.
다만 정당의 복수공천을 허용할 경우 기존의 거대 양당의 나눠먹기가 심화할 수 있다. 4인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2명, 민주당 2명이 당선될 수 있다.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이라는 제도의 취지가 퇴색해지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를 30개 선거구에 시범 실시한 결과, 전체 당선자 109명 가운데 소수정당 당선자는 4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105명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소속이었다.
이러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무소속 출마 당선 후 입당'이라는 '꼼수 출마'도 횡행할 수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매일일보와 통화에서 "공천을 못 받은 사람들이 무소속으로 나가 당선된 후 특정 정당으로 들어가는 무소속 정치가 강화될 것"이라며 "그게 무슨 정치 개혁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정당의 복수 공천을 법률로 제한하기 쉽지 않다. 헌법상 정당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복수 공천 여부를 정당 스스로 자율적인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데, 지난 21대 총선에서 벌어진 '위성정당' 사태처럼 거대 양당에 기대를 걸기에는 난망한 상황이다.
중대선거구제에 더해 현행 비례대표 비율을 늘리거나 권역별비례대표제에 대한 논의도 병행되어야 '다당제'라는 목적에 더 부합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경제학과 교수는 "중대선거구제만 가지고 논의되기는 어렵다"며 "결국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더라도 권역별비례대표제 문제도 종합적으로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해 6월 지방선거의 중대선거구제 시범실시 효과에 관한 보고서에서 의회의 다양성과 정치적 대표성 강화 방안으로 중대선거구제 확대와 함께 ▲선거구획정위원회 권한 강화 ▲거대 양당의 복수공천 남발 방지책 마련 ▲비례대표 정수 확대 방안 모색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