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한전채‧은행채 ‘돈맥경화’ 우려

3일, 한국전력공사 5200억원 조달 확정 5대 은행 채권 만기 도래액 4조6700억원

2024-01-04     이보라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연초를 맞아 은행채와 한전채 발행이 재개되는 가운데 회사채 물량도 쏟아지면서 또다시 지난해 하반기 발발했던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돈맥경화’가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3일 채권 발행을 위한 입찰에 나서 5200억원 조달을 확정했다. 만기는 2년 2000억원, 3년 3200억원으로 배정했다. 응찰 규모는 2년물과 3년물 각각 3000억원, 3800억원이다. 발행 금리는 2년물과 3년물 각각 4.4%, 4.5%다. 지난해 말 한전채 발행 한도 6배까지 늘리는 법안과 한국가스공사 회사채 발행 한도도 5배로 확대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지난해보다 발행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부터 차환 목적의 은행채 발행도 재개됐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달 신한은행(5000억원), 우리은행(4000억원), KB국민은행(2400억원) 등이 은행채를 발행했다. 올 1월에도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규모는 4조6700억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세부적인 발행 계획은 정해진 바가 없으나 만기되는 금액 이내에서 차환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연초를 맞아 회사채 발행 물량은 쏟아지고 있다. 이달 중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계획 규모는 최대 5조7500억원이다. 이마트를 비롯해 KT·포스코·LG화학·LG유플러스·한국금융지주 등이 상당수 기업이 이달 중 공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동성을 늘려 선제적으로 리스크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또다시 수요보다 공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채권시장 불안 우려가 나온다.지난해 하반기 채권시장은 기준금리 인상, 레고랜드 사태 등에 따라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전채와 은행채로 자금이 대규모로 쏠리면서 2금융권이나 비우량 회사채 등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됐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31조8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해 시장 스프레드 부담을 높였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12월에는 자금시장 경색이 어느정도 해소되면서 1월 들어 매수 우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량이 많아 자금시장 경색에 기여했는데 당국의 제재로 발행을 중단하면서 채권 시장이 회복됐고 연초 자금설정 유입도 되면서 수요가 늘어난 상황”이라며 “카드채, 은행계 캐피탈채 등 우량채가 모두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은행채 발행액은 지난해 9월 발행액(7조4600억원)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자금시장 경색으로 금융당국은 은행채 발행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으나 채권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은행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지난해 말 차환 목적에 한해 발행을 허락했다. 지난해보다 국고채와 지방채 발행도 축소한다. 올해 국고채 연간 발행 물량은 지난해 177조3000억원에서 167조8000억원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1분기 국고채 순발행 규모도 지난해(42조원)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일 예정이다. 지방채 연간 발행 규모도 6조5000억원으로 올해와 비교해 1조원 축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