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새내기주” 공모펀드 썰물

143개 공모주펀드서 1년 간 2조9889억원 자금 이탈 “대어급 기업 이탈에 올해 공모금액 전년보다 낮을 것”

2024-01-05     이채원 기자
IPO시장
[매일일보 이채원 기자] IPO(기업공개)시장의 냉각 분위기에 공모주펀드의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1년 동안 3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빠지면서 펀드 설정액이 반토막이 났다. 증권가에서는 공모주시장의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올해 143개의 공모주펀드에서 158억원의 자금이 빠졌다. 1년 기준으로는 2조9889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하는 46개 테마형 펀드 중에서 이탈 자금 규모가 가장 컸다. 지난해 초 7조원에 달하던 공모주펀드의 설정액은 현재 3조58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펀드별로 살펴보면 1년 새 가장 자금이 많이 빠져나간 펀드는 ‘다올KTB블록딜공모주하이일드’로 지난 4일 기준 1년 동안 2839억원이 유출됐다. 다음으로는 ‘GB100년공모주’ 펀드가 1415억원, ‘흥국멀티플레이30공모주’가 1412억원 빠졌고 ‘다올KTB공모주10’(-1319억원), ‘웰컴공모주코넥스하이일드’(-1292억원), ‘유진챔피언공모주’(-1223억원)가 뒤를 이었다.  이는 지난해부터 대어급 기업의 상장 철회, 레고랜드발 유동성 악화 등의 악재로 IPO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이다.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에 신규상장한 IPO 건수는 스팩 상장을 제외하고 90곳으로 2021년 112곳에 비해 22곳 적다. 또 수요예측 부진으로 희망 공모가를 밑도는 가치를 산정 받는 곳도 속출했으며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총 13곳이 상장을 철회했다.  올해 역시 IPO시장 침체가 예견되는 상황이다. 새벽배송 플랫폼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4일 상장 계획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컬리는 지난 2021년 8월 22일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후 지난해부터 IPO대어로 주목을 받았다. 컬리는 오는 2월 22일까지인 상장 기한을 약 50일 가량 앞두고 철회를 선택했다.  컬리 측은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점을 고려해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 시점에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냈다.  3일에는 HD현대그룹의 조선 부문 지주사 한국조선해양도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조선해양 측은 현재 주식시장의 침체 상황에서 상장을 추진하면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상장 계획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대어급 기업들이 상장을 신중히 검토함에 따라 공모금액이 전년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IPO시장은 공모 기업 수 기준으로는 전년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모금액 측면에서는 지난 2년간의 높은 수치에는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IPO 추진 기업의 추진 시기가 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공모금액의 변동폭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장 회복을 기대하는 상반기 보다는 하반기에 대어급 IPO기업의 상장 비중이 높아 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