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시위 국면 전환? 키는 정부 손에
장애인예산 두고 씨름… 기재부 0.8%만 증액
지지율 끌어올린 노조 강경대응 기조 이어간다
2023-01-08 이소현 기자
[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강대강 대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고 대화에 나선 점이 주목되지만 전장연 활동을 멈춰 세울 국면 전환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전장연의 핵심 요구는 장애인권리예산 증액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정부 예산에 대한 권한을 쥐고 있는 행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정부는 화물연대 총파업 이후 지지율 상승을 겪으면서 강경 대응에 대한 입장이 뚜렷해진 상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무관용 원칙'과 지하철 시위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던 서울시와 전장연이 대화 테이블에 오른다. 서울시가 전장연과 대화 물꼬를 튼 것은 긍정적이지만 궁극적인 갈등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전장연은 서울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에서 나아가 장애인권리예산의 증액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실질적인 권한은 지자체가 아닌 행정부에 있다.
전장연은 2023년 장애인권리예산을 작년보다 약 1조3000억원 증액할 것을 요청했다. 장애인의 이동권·교육권·노동권 보호를 위해선 정부예산지원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4일 전장연 요구액의 약 51%(665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이를 거부하면서 여야 최종 합의안에는 요구액의 0.8%(106억8000만원)만 담겼다. 전장연은 이에 국회 결정을 기다리며 일시적으로 멈췄던 지하철 시위를 재개하며 반발했다.
전장연은 추경호 기재부 장관과 대화의 뜻을 밝히고 있지만 기재부는 공식 입장이 없다며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지난 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추경호 장관과 겨우 만나 예산을 말씀드렸다"면서 "그랬더니 우리 예산을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면 나라 망한다고 이야기했다"고도 밝혔다.
향후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화물연대 총파업에서 노조로부터 투항을 받아내며 지지율이 상승했다. 작년 노동계와의 전면 충돌에서 정부가 성공을 거두면서 앞으로도 이같은 기조가 강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신년사를 통해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면서 "기득권 유지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고 밝혔다. 재정 복지나 소통과 관련된 언급은 빠졌다.
한편, 전장연은 지난 2021년 12월 3일부터 장애인권리예산을 위한 지하철 시위를 시작했다. 전장연은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의 공약 사업이었던 지하철 엘리베이터 100% 설치를 요구하며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와도 대치를 이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