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DC형 퇴직연금’ 경쟁 후끈
확정기여형에 자금 몰려…연 수익률 1.94% ‘저조’
디폴트옵션 상품 259개 승인…TDF 마케팅 사활
2024-01-08 김경렬 기자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금융권 퇴직연금 마케팅 경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달까지 디폴트옵션 상품 250여개가 고용노동부의 승인을 받은 게 티핑포인트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에만 적용된다. DC형은 퇴직금을 묵히기보다 운용한다는 공격적 투자 개념이 큰 퇴직연금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퇴직연금 상품 승인 심의를 마쳤다. 지난해에만 두 차례 진행된 심사에서 39개 퇴직연금 사업자가 259개 디폴트옵션 상품을 승인받았다. 허들을 넘지 못한 상품 비중은 19%(59개)였다. 운용성과가 저조하거나 운용성과 대비 수수료가 과다할 경우 승인받지 못했다.
노동부 측은 “사업자가 가져가는 보수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며 “디폴트옵션 상품의 경우 운용보수·판매보수·기타보수 등을 합한 합성총보수는 1%를 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디폴트옵션이 적용되는 DC형 퇴직연금은 인기다. 과거에는 퇴직 후 안정적으로 목돈을 수령하는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이 인기였다. 2018년께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고객들의 관심은 DB형에서 DC형으로 옮겨갔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DB형 퇴직연금을 DC형으로 전환한 건수는 8만2697건을 기록했다. 4분기를 감안하면 작년 한 해 10만 건을 넘긴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전환 건수는 2019년 5만197건에서 2020년 13만7248건으로 급증한 뒤 2021년 11만9636건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에는 DC형 가입자가 352만8935명을 기록 DB형에 비해 40만명 많아지기도 했다.
시장 변화를 감지한 기업들은 디폴트옵션 퇴직연금에서 마케팅 격전을 시작했다. 자산운용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131개 상품을 승인 받았다. 전체 승인 상품의 절반을 차지해 압도적인 1위다. 그간 디폴트옵션 상품 중 주목받는 생애 주기 펀드(TDF·Target Date Fund)에 주력(TDF 시장 점유율 약 45%)한 결과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 세계 연결망을 활용한 직접 운용으로 위탁수수료가 없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주로 살펴보는 합성 총보수 비용은 증권사 중 최저 수준이다. 수익률 역시 3년과 5년 성과에서 TDF2025·2030·2035·2040·2045 빈티지(Vintage·은퇴 목표 시점) 모두에서 ‘미래에셋전략배분TDF’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삼성자산운용은 38개, 한화자산운용 37개, 키움투자자산운용 27개, 한국투자자산운용 25개, KB자산운용 24개, NH아문디자산운용 22개, 신한자산운용 13개 등을 승인 받았다. 특히 한화자산운용은 종합 3위, TDF 2위를 차지했다.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농협 등 시중은행 6곳을 포함해 총 20개 퇴직연금 사업자 상품을 통틀어 37개였다.
올초 범금융권 신년회에 참석한 이병성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올해 원래 잘해왔던 사업에 집중하겠다. 특히 퇴직연금은 디폴트옵션으로 시장이 변하고 있다. 이부분 마케팅에 집중하겠다”고 언급했다.
DC형 퇴직연금 상품 가입은 올해 본격적으로 가입이 시작된다. 근로자가 디폴트옵션 상품을 가입하기 위해서는 기업마다 퇴직연금 규약을 바꿔야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노조 등 근로자 대표와 합의를 거쳐야한다. 규약이 변경되면 근로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상품 운용구조나 손실 가능성 등 설명을 받고 디폴트 옵션 상품을 지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