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도 '깜깜'…KDI "수출 부진에 경기둔화 가시화"
8일 KDI '1월 경제동향' 발간
"대외 수요 부진…반도체 중심으로 수출 감소"
"자동차 생산 반등했지만…대부분 품목 부진"
2024-01-08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지난달 '경기둔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새해 첫 달인 이달에는 '경기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기둔화 현실화의 주요 배경으로는 수출 부진과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제 주체들의 심리 약화 등이 꼽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둔화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라고 8일 밝혔다.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난달 경제동향 평가보다 더 심각한 표현이다.
경기 진단이 어두워진 배경에는 수출 부진이 가장 먼저 꼽혔다. 글로벌 경기둔화 등 대외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12월) 수출은 마이너스(–)9.5%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월(-14.0%)에 이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품목별로는 변동성이 높은 선박(76.1%)이 전년 동월 대비 크게 확대됐으나, 반도체(-29.1%), 석유화학(-23.8%) 등 대부분 품목에서 부진하며 선박을 제외한 수출 감소세가 유지됐다.
지역별로는 대미 수출(6.7%) 증가세가 소폭 둔화된 가운데 대중 수출(-27.0%)은 중국의 경기둔화로 인해 감소 폭이 늘었다. 생산 측면에서는 제조업이 자동차 부분 반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품목에서 감소 폭이 확대되면서 부진이 가시화됐다. 서비스업도 증가세가 완만해졌다.
11월 전산업생산은 전월(2.7%)보다 낮은 0.6%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전월대비(계절조정)로는 0.1% 상승했다. 이중 광공업생산에서는 자동차(25.0%)가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반도체(-15.0%), 화학제품(-13.7%), 1차금속(-18.6%), 전기장비(-7.8%) 등 대부분 품목에서 대폭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업생산(2.6%)은 금융 및 보험업(6.1%)과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5.2%)이 증가한 반면, 숙박 및 음식점업(16.8%→6.8%) 등 대면서비스업의 증가 폭이 축소됐다. 특히 부동산업(-8.4%)이 감소함에 따라 증가세가 둔화됐다. 이 밖에 건설업(10.2%)은 전월에 이어 양호한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공공행정(-1.3%)은 감소폭이 커졌다.
제조업은 평균가동률(73.1%)이 낮은 수준에 정체된 가운데, 재고율(127.6%)은 전월(122.8%)에 비해 대폭 상승하며 제조업 부진을 시사했다.
미국과 유로존 등 주요국의 긴축 기조가 지속되면서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업황 BSI 전망은 전월에 이어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은 12월 70에서 올해 1월 71을 기록했다. 비제조업 업황 BSI 전망은 12월(76)에 이어 1월도 동일했다.
소비에서는 소매판매 감소세가 확대되고, 서비스업생산 회복세도 완만해지면서 소비 회복세가 둔화하는 양상이다. 11월 소매판매는 준내구재를 중심으로 전월(-0.7%)보다 감소세가 확대된 –2.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서비스업생산은 대면서비스업 회복세가 다소 제약되며 전월(4.8%)에 비해 낮은 2.6%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9.9를 기록하며 전월(86.5)에 이어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KDI는 "대내외 금리인상 영향이 실물경제에 점진적으로 파급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향후 경기 하방 압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