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긴 전장연 시위… 지하철 새해엔 '멈춤' 없이 달릴까
전장연 "19일까지 시위 중단" 면담 요청… 오세훈 "못할 것도 없어" 급물살
오세훈 "장애인 복지 '핵심정책'… '시민 볼모' 불법 시위 용납 못해" 걸림돌
2024-01-08 최재원 기자
[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면담을 요구하자 오 시장이 응답하며 양측의 면담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측의 면담 결과에 따라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중단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다만 면담 방식에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고 서울시가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면담 성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8일 전장연에 따르면 전장연은 오는 19일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할 계획이다.
전장연은 지난 4일 서울교통공사와 만난 자리에서 오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전장연은 시위를 중단하는 기간 동안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열차에 타지 않고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알리는 선전전만 하기로 했다.
다만 오 시장이 면담을 거부할 경우 출근길 지하철 출발을 지연시키는 방식의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오 시장 역시 전장연이 구체적인 만남 일정과 방식을 제안한다면 검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전장연,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라는 한 줄짜리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에 관해 서울시 관계자는 “전장연의 면담 요구에 대한 답을 오 시장이 직접 한 것”이라며 “추후 전장연이 구체적인 면담 일정과 방식을 제안한다면 양측이 조율해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측은 면담 방식을 두고 입장 차이를 보였다. 전장연은 면담 요청에 응한 오 시장을 향해 공개방송에서 면담을 진행하자고 제안했지만 오 시장은 공개방송 형식의 면담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 시장은 지난 5일 SNS를 통해 “만남에는 어떤 조건도 없어야 한다. 만남과 대화의 기회를 선전장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용인할 수 없다”며 “불법을 행해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거래하려는 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장연과는 무관하게 장애인 복지는 제가 '약자와의 동행' 원칙을 가지고 추진하는 핵심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전장연은 SNS에 올린 ‘만남에는 조건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전장연이 제시한 의제도 조건이냐. 조건의 범주는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또한 전장연은 “공개방송을 제안한 것은 오 시장이 먼저 공개방송에서 말했기 때문”이라며 “오 시장이 원하는 만남과 대화의 자리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과 일정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전장연은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올해 정부 예산에 장애인 권리 예산 요구액의 0.8%만 반영됐다며 이달 2일부터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법원은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과 박 대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달 강제조정안을 냈다. 공사가 내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전장연은 열차 운행 시위를 중단하는 내용이다.
지하철 승하차 시위로 5분 넘게 운행을 지연시키면 전장연이 공사에 1회당 5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에 전장연은 “5분 내에 타겠다”며 법원 조정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장연은 “재판부가 조정한 지하철 탑승을 기꺼이 5분 이내로 하겠다”며 “5분 이내로 탑승하면 장애인의 시민권은 보장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이다”라며 조정안 수용을 거부했다. 더불어 오 시장은 “지하철을 연착시키게 되면 민·형사적 대응을 모두 동원해 무관용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