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3고 속 역대급 물가 ‘신음’

지난해 소비자물가 5.1% 상승… 정부·대기업 물가 안정에 총력 수산물·가공식품·채소 가격 지난해 대비 상승 올해 전기세·대중교통요금 인상… 중기 경영난 가중

2023-01-10     이용 기자

[매일일보 이용 기자] 고환율·고금리·고물가 3고 현상으로 연초부터 역대급 물가인상 폭탄을 맞고 있다. 내수소비도 얼어붙고, 기업들도 경영난을 지속하는 등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1% 올라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민족의 대명절 설을 앞두고 관련 식료품의 가격이 크게 올라 국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지난해 설 물가와 비교한 결과 수산물 13.6%, 기타식품 8.8%, 가공식품 7.9%, 채소·임산물 6.5%, 축산물 3.6% 상승했다. 협회 측은 가공식품 중 설 명절에 많이 이용되는 식용유와 밀가루의 상승률은 각각 28.0%, 21.6%로 올라 소비자들의 체감물가 부담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대중교통과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의 인상이 예고돼 국민들이 더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실정이다. 이달부터 전기요금이 9.5% 오르고, 내년 2분기 이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은 추가 인상된다. 또 서울시는 지하철과 시내버스, 마을버스의 기본요금을 각 300원씩 인상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중형택시의 경우, 2월부터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오른다.

여기에 아직 중국발 입국자 증가로 코로나19 재유행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소비 시장에 또다시 타격이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소되며 산업계는 올해는 국내 소비 시장이 활성화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오히려 공공요금 인상과 불경기 여파로 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와 유통가는 내수시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우선 설을 맞이하는 국민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마트 할인, 연료비 지원 등 물가 안정 대책을 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고물가에 신음 중인 국민의 장바구니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대형마트 30~50% 할인,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등을 발행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올해 경영은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고 대응책 준비에 나섰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고가 상품을 강조하던 백화점 업계도 가성비 선물세트를 판매하며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는데 초점을 뒀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순히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를 독려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물가를 전반적으로 낮추려면, 대형 유통사 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도 동참해야 한다. 이들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경우, 가뜩이나 벌어진 대중소기업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 돼 실업자가 늘어나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다만 중소기업은 각종 노동법 관련 리스크와 원부자재·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경영난으로 이미 적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 가격 안정을 모색하기 어렵다.

특히 중기의 ‘인력’ 문제가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주52시간제와 외국인 쿼터제로 인해 높아진 인건비는 결국 기업의 부담이 되고, 정작 높은 임금을 준다 해도 일할 사람이 없는 형편이다.

정부는 지난 4일 명절 전후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엔 신규 대출·보증자금을 39조원 규모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실질적인 대응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 안성의 축산식품 관계자는 “당장 살길을 찾아야 하는 판국에, 인력 문제에 신경이 쏠려 있는 중소기업들이 많다”며 “우선 노동법 문제가 빨리 해소돼야 기업들이 제품 가격 안정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