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잇단 횡령사고에 칼 빼든 금감원
“PF 대출 횡령 취약”…자체 점검 통해 보고 지시
2024-01-10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최근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과정에서 횡령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전체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지시했다. 10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8일 “저축은행의 PF 대출 건에서 자꾸 횡령 사고가 반복되니 해당 부분에 대해 자체 점검을 해서 보고해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PF 대출이 사업장 공정률에 따라 여러 차례로 나눠 집행되다 보니 횡령에 취약한 구조라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 업계 5위권인 한국투자저축은행에서 8억원대의 직원 횡령 사고가 일어났다. 올해 3분기 총자산 8조2354억원, 자기자본 6688억원, 당기순이익 238억원을 기록했다. 해당 직원은 위탁매매팀에서 PF 업무를 담당해왔다. 수개월에 걸쳐 대출금 8억원 가량을 조금씩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 직원이 담당 부서에서 대출 승인이 떨어지면 금액을 조금씩 나눠 입금하는 업무를 하면서, 송금할 때마다 일부를 빼돌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보다 앞서 작년 KB저축은행에서도 100억원 가까운 횡령 사건이 터졌다. KB저축은행 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기업 대출을 해주면서 회사 내부 문서를 위조해 94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은행이 자체 감사로 포착한 횡령액은 78억원이지만, 경찰이 수사하면서 액수가 100억원가량으로 늘어났다. 그는 빼돌린 돈 90% 이상을 도박으로 탕진했고, 경찰 수사에서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횡령은 이제 업계 ‘단골 소재’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국내금융업권 임직원 횡령 사건 내역’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작년 8월까지 은행·저축은행·보험사·카드사·증권사 등 금융업계에서 임직원 181명이 1192억3900만원을 횡령했다.
2022년 8월까지 확인된 금액만 790억9100만원(20명)에 이르렀다. 지난해 경우 우리은행에서만 한 직원이 7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횡령하면서 횡령액이 최근 5년 들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횡령 규모로 보면 은행에서 발생한 사고 금액이 907억4000만원으로 전체의 76.1%를 차지했고, 저축은행(149억7140만원), 증권사(86억9600만원), 보험사(45억7500만원), 카드사(2억5600만원)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