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檢 출석에…與 "총력 방탄"vs 野 "야당 탄압"
10일 오전 성남지청 출석…헌정 사상 최초
박홍근 "검찰 공화국…야당 대표 향한 보복 수사"
주호영 "팩트 문제…위세 부려 막을 수 없어"
2024-01-10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10일 검찰에 출석한 것과 관련해 여야가 격렬히 충돌했다. 여당은 이재명 대표가 검찰 출석에 민주당 지도부와 대거 동행한 것을 두고 비판했고,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야당을 탄압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현재 이 대표에게 적용한 혐의인 ‘제3자 뇌물죄’를 두고 검찰과 이 대표 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어서 여야 간 대립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0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오늘 검찰 소환이 유례없는 탄압인 이유는 헌정 사상 최초의 야당 책임자 소환이어서가 아니다"라며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서 없는 사건을 만드는,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환 조사는 검찰이 파놓은 함정이라는 거 잘 알고 있다"며 "(제가) 특권을 바란 바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성남 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성남 소재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등 기업들로부터 17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FC에 후원금을 내는 대가로 기업들에 혜택을 준 것이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이날 이 대표의 검찰 출석 현장에는 박홍근 원내대표와 정청래·고민정·박찬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천준호·황운하·우원식· 신정훈·이동주·최기상 의원 등 50여명이 대거 운집했다. 이 자리에서 당 지도부는 해당 검찰 수사에 대해 '야당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침통하면서도 분노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배웅하고 나오는 길"이라며 "검찰 공화국, 검찰 독재에 강력하게 항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무도한 칼날 앞에서 우리 민주당 의원들은 개인 이재명이 아닌 대통령의 경쟁자이자, 야당 대표 이재명에 대한 정치 보복 수사라고 규정해 이 자리에 함께 온 것"이라고 피력했다. 박 원내대표는 같은 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독일 나치와 조선 총독부가 국민을 겁박할 때 내세운 것도 법치였다"며 검찰 수사를 규탄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 대표가 조사받는 성남FC건은 경찰이 3년 조사 끝에 최종 무혐의로 결론이 난 사건인데, 검찰이 경찰에 재수사를 지시해서 결론을 바꿨다"며 "명백한 야당탄압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검찰은 제1야당 당대표에게는 인디언 기우제 지내듯 없는 먼지까지 주머니에 채워 넣고 털어대면서 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는지 답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반면 여당은 이 대표의 검찰 소환 조사에 대해 당 차원에서 비호하는 것을 두고 민주당이 당대표 들러리로 전락했다며 날을 세웠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개인적으로 저지른 문제와 관계된 것인데, 왜 민주당이 총출동해서 막고 위세를 부리는지 잘 모르겠다"며 "제1당의 위세와 힘으로 수사를 막거나 저지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법의 문제이고 팩트의 문제이지 다수가 위세를 부려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석기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민주당은 거대 의석을 가지고 오로지 이재명 대표를 위해 임시국회를 일방적으로 소집하더니 이제는 아예 이 대표의 검찰 출석까지 함께하며 대놓고 당이 당 대표 개인의 들러리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지도부는 그리고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은 숱한 민생과 행정을 제쳐두고 당 대표의 홍위병 자처할 만큼 한가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