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신약 실적 희비…국산은 ‘굴욕’, 해외사는 ‘승승장구’

국산 1호 신약 '선플라주', 1월 1일자로 허가 취소 36개 국산 신약 중 9개 품목 시장 퇴출 경쟁자 적은 희귀병 신약 분야로 저변 넓혀야

2024-01-11     이용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매일일보 이용 기자]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출시된 ‘국산 신약’ 중 일부 품목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개발에 성공한 신약이라도 언제든 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는 만큼,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글로벌 신약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 초 국산 신약 1호 ‘선플라주’의 허가가 취소되면서 총 36개의 국산 신약 중 9개 품목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선플라주는 SK케미칼이 개발한 항암 치료제로, 199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최초의 국산 신약이다. 첫 허가로부터 26년이 지난 현재, 식약처는 유효기간이 만료된 선플라주 50㎎·100㎎의 품목허가를 1월 1일자로 취소했다. 선플라주는 출시 초기부터 시장 반응이 좋지 못해 2009년 생산을 중단하고 허가만 유지했다. 지난해 말까지 제출했어야 할 안전성 유효성 입증자료를 결국 제출하지 못해 1월 1일 퇴출됐다. 그 외에도 일부 신약들도 시장성 문제로 개발사가 허가를 자진 취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밀리칸주(동화약품, 간암 치료제), △슈도박신주(CJ제일제당, 녹농균예방백신), △시벡스트로정(동아에스티, 항균제) △올리타정(한미약품,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제피드정(JW중외제약, 발기부전치료제) 등이다. 리아백스주(삼성제약, 췌장암 치료제)는 2014년 9월 임상 3상을 조건으로 허가받았지만, 허가조건을 이행하지 못해 2020년 허가가 취소됐다. 인보사케이주(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는 제출한 서류가 허위로 밝혀져 2019년 식약처로부터 허가취소를 당하는 등, 국산 신약 ‘굴욕’의 정점을 찍었다. 국내 제약사들은 10여년 전부터 복제약에 의존하던 기존 사업 구조를 바꿔 성공시 고수익이 보장되는 신약 개발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폭발적인 성공을 계기로 국내사들은 최근 새로운 치료 물질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태다. 다만 연구 중인 약물의 시장 가능성을 내다보지 못하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인 신약 또한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앞서 허가 취소된 신약들이 보여준 상황이다. 이에 시장 안착에 성공한 글로벌 신약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단일항체치료제 및 백신은 2023년에도 가장 높은 매출액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협회는 2023년 글로벌 매출 1위 제품으로 머크의 키트루다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위 제품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로, 그간 1위를 차지했던 애브비의 휴미라(류마티스 관절염, 건선, 크론병 치료제)를 2021년 제친 바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관련 병종에 대한 높은 효능은 물론, 출시 당시 경쟁자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주목받았던 ‘면역항암제’ 분야의 선두주자 키트루다는 2023년 한해에만 전년에 비해 30억 달러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1000건이 넘는 병용 임상을 통해 18개 암종에 대한 38개의 적응증에서 암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코미나티의 경우,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팬데믹 초기 개발에 성공해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갖고 있다. 휴미라는 출시된 지 20년이 넘도록 관련 분야 최강자였으며, 최근 경쟁 업체들도 해당 바이오시밀러 산업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을 정도로 수요가 보장돼 있다. 국산 신약 중에서는 LG화학의 제미글로군, HK이노엔의 케이캡, 보령제약의 카나브군이 상위권이지만, 매출이 연간 1000억원 이상 수준이라 사실상 글로벌 블록버스터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D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가 표적으로 하는 질병이 겹치는 것이 문제다. 위식도역류질환 분야는 벌써 2개 이상의 제약사들이 신약을 냈다. 작은 파이를 나누는 것보단, 경쟁자가 거의 없는 희귀병 분야로 저변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